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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십시일반 선행한 주민들, 그 이름은 신월5벤저스

2018-07-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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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환경이 서로 비슷한 한 빈곤 부부가 있다. 남편은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양육을 포기해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가정을 책임지느라 다니던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아내 역시 보호자였던 할머니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중학교를 중퇴하고 일정한 일자리를 가지지 못했다.

20대 초반에 만난 두 사람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세 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나다시피하고 여관비도 내지 못했으며, 임신 만삭이 되도 병원 한번 가지못한 채 절망감에 빠진 신세가 된다.

서울 양천구 신월5동 여관에 있었던 이들 커플의 딱한 신세가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나섰다. 주민센터는 체납된 여관비를 갚아주고, 월세 계약을 맺어주면서 보증금의 상당수를 적십자회에서 끌어왔으며, 긴급복지비도 끌어오고 아내를 병원으로 가도록 만들었다.

집주인은 보증금의 수십 프로를 깎는데 동의하고, 계약서상 입주일보다 더 일찍 입주하는 데 동의해서 여관비를 아끼게 했으며, 이사에 앞서 직접 도배에 페인트칠까지 나섰고, 출산 후에는 밥솥까지 줬다.

통장은 그 집주인을 주민센터와 연결시켜 계약을 맺게 했고, 부부에게는 복비를 받지 않았다. 여관 주인은 추가 체납비를 받지 않았다. 산부인과는 병원비를 받지 않았다.

지역 취약계층을 돕는 단체는 가구를 중고 사이트에서 손수 구했고, 80만원까지 나올 수 있는 이사비를 받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상태에서 이사를 도와줬다.

지역 주민단체들이 모인 협의체는 산후조리비 지원을 결정했고, 협의체 위원장은 남편의 건설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아내도 나중에 알아볼 계획이기도 하단다.

주민센터는 이같은 일련의 선행을 한 자신들과 주민들을 '신월5벤저스'라고 네이밍했다. 각종 히어로들이 총집결한 영화 '어벤저스'를 따라한 것이다. 영웅이 별게 아니라, 십시일반의 도움들이 모여 한 생명을 살리고 한 가정을 살아나게 하면 그게 영웅이 아니겠냐는 이야기로 보인다. (사진의 저 포즈도 '신월5벤저스'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것까지 기사에 담기는 좀 힘들었다)

저 네이밍이 센스있게 들릴지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을 것이다. 이름을 지은 취지는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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