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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디자인합니다"

사회문제 해결 도움주는 소셜벤처기업

2018-07-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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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디자인하는 회사입니다. 재난 현장에 있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느낀 점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은 열망이 누구보다 크다는 부분입니다. 뉴베이스의 디자인 역량으로 현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박선영 뉴베이스 대표)
 
2014년 1월 설립된 뉴베이스는 재난상황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현장 대응을 돕기 위한 경험기반 재난훈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 스타트업이다. 사실상 국내 유일의 도상훈련(Table top simulation) 프로그램, 툴킷을 제작하는 디자인 회사다. 병원, 소방서, 지역사회 등이 재난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툴킷 등을 개발한다.
 
박선영 대표가 처음부터 재난안전 분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 창업 당시에는 사물인터넷(IoT)과 헬스케어를 엮어 사업을 구상했지만 주변의 권유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지인을 거쳐 세브란스 재난의료훈련센터에서 일하는 한 교수로부터 제안을 받고 시작한 일이 핵심 사업으로 커졌다. 박 대표는 "재난의료훈련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뉴베이스의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영향을 많이 주셨다"며 "주변의 도움과 재난응급현장의 수요가 재난안전 솔루션이라는 비전을 세울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현장의 수요는 뜨겁다. 뉴베이스에 따르면 기관 영업을 따로 하지 않고 100% 인바운드로 직접 판매를 진행할 만큼 수요가 높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재난안전 훈련을 위한 국가 예산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호재다. 박 대표는 "학회나 지역훈련에서 뉴베이스 툴킷을 접해본 담당자들의 훈련 만족도가 높아 소속기관으로 돌아가 자발적으로 도입하면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소셜벤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재난, 방재산업 관련 지원 사업은 모두 4차 산업혁명 쪽에 집중돼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이 아니어도 정부지원이 필요한 곳은 많다. 현장에서 재난 관련 종사하는 분들이 원하는 것은 VR이나 로봇이 아니다. 소소한 제품이라도 사용성만 더 좋아지면 훨씬 대응 속도가 빨라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관련이 아니라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역량에 대해 많은 지원과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뉴베이스는 재난상황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현장 대응을 돕기 위한 경험기반 재난훈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 스타트업이다. 국내 유일의 도상훈련(Table top simulation) 프로그램, 툴킷을 제작한다. 사진=뉴베이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뉴베이스는 두 번째 창업이다. 2014년 뉴베이스를 창업할 당시에는 IoT 관련 헬스케어 사업을 할 생각이었다.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인의 아는 교수님과 연이 닿았다. 세브란스 재난의료교육센터에 있는 교수님인데, 응급의료 서비스 분야와 관련해 IoT를 활용해 메디컬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기획을 도울 수 있겠느냐고 제안을 받았다. 해보겠다고 했고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스터디를 한 끝에 2014년 1월 지금의 사업 아이템으로 바꿔 창업까지 하게 됐다. 헬스케어 IoT 서비스를 하고 싶었는데, 재난안전훈련 쪽에서 의료진들이 제게 영향을 많이 주셨다. 제안을 받고 한번 관련 제품을 만들어 드렸는데, 사업이 이렇게 확장될지 상상하지 못했다.
 
뉴베이스는 어떤 회사인가.
경험 기반의 재난안전 솔루션을 만드는 소셜벤처기업이다. 도상훈련(Table top simulation)에 필요한 도구, 콘텐츠를 만들어서 납품한다. 재난안전 훈련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도면, 모형, 상황카드, 환자증상 카드 등을 만든다.
상품 라인업은 크게 소방대응 훈련, 지역사회 훈련, 병원대응 훈련으로 나뉜다. 병원대응 훈련은 응급실 규모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용, 지역응급의료센터용, 지역기관용으로 분류된다. 소방서, 보건소, 대학 응급구조학과 등 16개 시·도에 있는 전국 70여개 기관에 뉴베이스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툴킷이나 제품을 직접 판매한다. 공공기관 판매 위주이기 때문에 B2G 사업으로 보면 된다. 기관 영업을 따로 하지는 않는데, 100% 인바운드로 직접 판매를 하고 있을 정도로 수요가 높은 편이다. 학회나 지역훈련에서 저희 툴킷을 접해본 담당자들이 훈련 만족도가 높아서 소속기관으로 돌아가 자발적으로 도입하면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응급의료기관 위주로 납품을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소방서에서 소방훈련용 도상훈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신제품을 개발했다. 대학과 보건소에서도 매출이 발생한다.
 
뉴베이스는 재난상황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현장 대응을 돕기 위한 경험기반 재난훈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 스타트업이다. 국내 유일의 도상훈련(Table top simulation) 프로그램, 툴킷을 제작한다. 사진=뉴베이스
 
소셜벤처기업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첫번째 창업 당시에는 제품개발을 할 때 원가를 계산하고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시장을 분석하는 게 당연하기도 했고 거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현장에서 얼마나 원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응급구조, 재난현장 쪽에서 관련 툴킷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면 이익을 따져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현장의 비용 지불능력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요구가 굉장히 중요하다. 제품 개발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셈이다. 오히려 다른 쪽에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얻었다. 현장의 수요가 확실하니까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에서 입소문을 내주신다(웃음).
 
도상훈련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도상훈련은 단순 대피훈련보다 체계적이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조하는지가 중요하다. 재난유형, 환자 증상, 사상자 규모에 따라 더 긴급하고 위중한 환자를 판단해야 한다. 환자를 더 빠른 방법으로,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전문 병원으로 이송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재난유형, 사상자규모, 환자 이송방법 등의 알고리즘이 구축돼야 한다. 재난 대응 매뉴얼을 훈련을 통해 사람이 체득하도록 돕는다. 시뮬레이션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이 가능해진다.
 
사진 왼쪽부터 김혜미 콘텐츠매니저, 박선영 대표, 이상민 세일즈매니저, 이성현 프로덕트 매니저. 사진=뉴베이스
 
팀 구성은.
현재 4명이다. 세일즈 매니저, 콘텐츠 매니저인 연구간호사가 있다. 연구간호사는 환자증상, 응급의료 관련 콘텐츠, 시나리오 개발을 맡고 있다. 대학병원 응급의학과에서 5년 이상 간호사로 일한 전문가다. 서울디자인재단서 공공디자인을 전문으로 했던 친구를 프로덕트 매니저로 영입했다. 기술개발 관련 데이터 서버, 개발 전문가 1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창업 후 거둔 성과는.
처음 창업했을 때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원대한 포부로 시작한 건 아니다. 주변에서 만났던 의료진 등 여러 곳에서 영향을 받고 지금의 재난안전 솔루션이라는 비전 있는 기업으로 거듭난 것 같다. 사회를 위한 임팩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 다른 벤처기업과 또 다른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기존 기업과 달리 저희의 경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분야, 우리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분야에 도전했다. 관심을 갖고 시작해 첫 걸음을 디뎠을 뿐인데, 엄청난 수요가 생겼다. 현장의 수요가 저희를 이끌었다.
 
향후 계획은.
벤처의 체질을 지키고 싶다. 자생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원한다. 수요가 검증된 제품, 구매할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추구한다. 해외진출도 해야 한다. 혁신하려면 연구개발도 지속해야 한다. 다만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부에 맞는 사업을 하기보다 현장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병원 원내 대응훈련을 강화하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감염대응훈련 툴킷을 개발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개발도상국 시장수요조사도 시작할 생각이다. 중요한 건 경쟁업체를 생각하는 것보다 저희가 얼마나 더 혁신할 수 있는지다. 도상훈련에 참관하면서 개선점을 찾고, 어떻게 훈련효과를 더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 기술 개발을 지속할 것이다.
 
재난안전훈련 분야에서는 효과성을 증명하는 게 과제다. 뉴베이스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했다고 인명을 얼마나 살렸는지를 증명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트리플래닛'이 나무 심는 방법을 확산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지구에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줄었느냐를 증명하기는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뉴베이스의 효과성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 숙제로 남아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소셜벤처기업이란 비전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재정적으로 힘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원을 받을 곳이 없었다. 정부는 재난, 방재산업을 키우고자 하지만 모두 4차 산업혁명에 집중돼 있다. 뉴베이스가 디자인 혁신으로 안전한 사회를 구축한다고 했을 때 도움 받을 정부기금이 없었다. 4차 산업혁명이 아니어도 정부지원이 필요한 곳은 많다.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 VR이나 로봇을 원하는 게 아니다. 소소한 제품이 사용성만 더 좋아지면 훨씬 대응 속도가 빨라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정부의 관심이 전혀 없고, 지금도 없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당장의 아주 작은 투자로도 충분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박선영 뉴베이스 대표. 사진=뉴베이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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