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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감정이 앞서지만…나도 사람이기에

2018-07-09 17:46

조회수 : 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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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일까. 포장일까. 그것도 아니면 수단일까. 어느 쪽이라도 곱지 않게 보인다. ‘이미지’를 판매하는 직업이고 또 대중은 그들의 ‘이미지’를 소비한단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서 어쩌면 그들의 행동은 위선일수도 있고, 더불어 포장일 수도 있으며, 두 가지를 아우르는 수단으로서 작용도 분명히 하는 것 같다. 연예인들과 대중의 인과 관계다. 먼저 조건을 전제하고 의견을 제시하겠다. 첫 번째, 지금부터 다소 감정이 섞인 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분명히 연예인들의 퍼포먼스에 순수성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세 번째 앞선 두 가지의 이유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분명히 자신을 제대로 포장할 수 있는 수단에만 눈을 돌리고 몸을 움직이며 머리로 이해하는 척하고 가슴으로 공감하는 연기를 펼친다.
 
첫 번째 다소 감정적인 에피소드다. 난 장애아를 키우는 아빠다. 지적 장애아를 키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서 국내 지적 장애인은 20만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각종 지적 장애인 단체에선 100만 가량으로 보고 있다. 국가 관리 체계에 하나인 ‘장애 등급제’에서 벗어난 복지 사각지대 속 장애인을 포함하면 얼추 그렇게 된다. 최근 있었던 일이다. 청와대 앞에서 전국 장애인 부모 연대의 삭발 시위가 벌어졌다. ‘국가가 지적 장애인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국가 책임제 촉구’ 시위가 있었다. 사실 ‘시위’란 단어의 어감이 공격적일 뿐, 호소에 가까웠다. 2014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예산 불가 주장으로 관련 법은 무력화된 상태다. ‘법 시행’에 대한 촉구이자 부탁인 자리다.
 
 
 
연예 기자를 하면서 친분을 쌓은 몇몇 연예인들에게 현장 참석 및 관심을 부탁했다. 거절도 가능하다. 거절해도 마땅하다. 수락도 거절도 분명 그들의 몫이었다. “김 기자, 그런 자리는 나 외에도 더 도움되실 분들이 많을 거야”라며 거절을 했다. 그런 자리(?) 글쎄. 그런 자리가 뭘까. 소외된 이웃에게, 힘 없는 이웃에게, 같은 사회 구성원이지만 관심을 갖고 보듬어 줘야 할 약자에게 대중적 관심을 이익으로 전환해 사회적 목소리를 얻고 있는 연예인에게 그런 자리는 뭘까. 정말 묘하게 심각하게 깊게 고민을 했다. 이날 현장은 국내 그 어떤 형태의 매체를 통해서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
 
최근 SNS에 ‘연예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들 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 프로농구 선수 박승일의 루게릭병 발병 및 그의 주도적 노력으로 ‘루 게릭병 전문 치료 병원 건립’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아이스 버킷 챌린지도 그에 따른 일환이다. 여러 연예인이 박승일과의 인증샷을 SNS에 올리며 자랑(?)을 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SNS 인증은 여전히 뜨겁게 진행 중이다. 여러 연예인들의 개인 SNS 게시물에는 수 많은 팬들의 ‘좋아요’ 물결이 넘치고 있다.
 
한국루게릭협회가 추산하고 있는 국내 루게릭 환자들은 대략 2500여명 정도다. 이제 여기서 두 번째다. 2500명의 숫자를 돕기 위해 순수성을 앞세워 연예인들이 발 벗고 나섰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전신 마비 환자인 ‘루게릭 환우’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조금 불편한 일반인이다. 그들은 ‘공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세우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을 얻은 것 뿐이다. 같은 장애인이지만 의사 소통도 안되고 공감과 소통 그리고 종합적 지적 능력에서 장애를 갖고 있는 지적 장애인들은 그저 ‘그런 자리’를 위해 채워진 외면하고픈 현실일 뿐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다. 그분에게 물어 볼 생각이다. 조만간 다시 만날 듯하다. “얼음 한 바가지 뒤집어 쓰셨던 데 시원하셨나요? 그때 말한 ‘그런 자리’의 ‘그런’이 무슨 뜻인지 생각 나셨나요?”
 
사진: 픽사베이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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