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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LIFE)국수VS컵라면, 여러분 선택은?…"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돼"

2018-07-08 23:29

조회수 : 3,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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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국수와 컵라면 중에서 식사 메뉴를 고르라고 한다면 어떤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나 가볍게 식사를 하는 자리라면 컵라면보다는 식당에서 국수를 먹는 쪽으로 좀 더 마음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국수 대신 컵라면을 먹게 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면 종류의 음식이 생각날 때면 중국집 외에 국숫집도 종종 찾습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자리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국숫집에서 우리는 잔치국수를 주문했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식당이었고, 다른 몇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본 메뉴가 잔치국수인 가게였습니다. 간단한 음식일지라도 조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싶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국수 2그릇이 나왔습니다.
 
국수 사진.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 사진/조문식
 
"음 국물 시원하네." 국물을 한입 맛보니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싶어 젓가락으로 면을 풀 때였습니다. 시야에 검은 물체가 슬쩍 지나갔는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면을 살짝 들어보니 곤충의 사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았지요.
 
제 모습을 본 친구가 젓가락으로 그것을 건져냈습니다. 저희는 옆자리에서 식사 중인 손님들의 식욕이 떨어지거나 하는 피해를 입을까 싶어 냅킨 위에 그 물체를 올려 조용히 주방으로 갔습니다. "사장님, 이런 게 나와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식당 아주머니의 반응이 더 놀랍습니다.
 
"한 그릇에서만 (벌레가) 나왔으니 다른 건 드시면 안 될까요?"
 
한 그릇 값은 내고 가면 좋겠다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먼지가 좀 들어간 정도의 음식도 웬만하면 불평 없이 먹는 편인데, 이렇게 양심이 없는 가게도 있나 싶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한 가게였지만, 주인의 마음은 그리 깨끗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옆자리 손님들이 알아차려 식욕을 잃을까 싶어 "먹을 수 없겠다"고 작게 답한 후 가게를 나왔습니다.
 
컵라면. 사진/조문식
 
그리고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뭔가를 먹기는 해야 할 텐데, 식당 음식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찾아온 것입니다. 벌레가 나온 국수 국물을 맛봤다는 불쾌감까지 동반한 상황에서 우리는 '컵라면'을 선택했습니다.
 
이전이었으면 컵라면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날 컵라면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금 심각한 위생상태의 음식에 비해 컵라면이 더 믿음이 갔다고 할까요? 컵라면을 먹으면서 친구가 한마디 하더군요.
 
"사람도 그렇지만, 이래서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야." 이번 국수 사건으로 먹은 컵라면이 준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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