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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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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단독]쌍용차 집회 차단용 애물단지 ‘대한문 앞 화단’ 없앤다

2018-07-06 09:23

조회수 :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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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13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을 차단할 목적으로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조성된 화단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 화단은 지난 5년간 시민들의 보행길을 막고, 쉼터 역할도 못하면서 애물단지가 돼온 곳이다. 관리 주체가 2015년 중구에서 서울시로 변경된 사실도 확인되면서 서울시가 3년간 무관심 속에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경과 문화재 전문가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대한문 앞 화단 처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화단을 없애 시민들이 그늘목 아래 벤치에서 쉴 수 있는 정원으로 조성하거나,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통행에 방해된다는 시민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온 조치다. 

실제로 이날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시와 중구 간에 오간 공문을 보면, 중구는 지난 5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 “보행 불편 등으로 화단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화단 철거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시민쉼터 조성 등을 추진 중이라고 회신했고,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덕수궁 앞 화단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집회가 한창이던 2013년 4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중구청 직원들이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와 천막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하고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흙을 붓고 꽃·묘목 등을 심으면서 화단을 급하게 만들었다. 화단 주위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게 펜스를 쳤다. 분향소 설치 및 반정부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였다. 

이후 펜스는 없어졌지만 이곳은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공간이 됐다. 지금은 삼각형과 마름모꼴로 된 8개의 ‘미니 화단’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화단에는 잔디만 심어져 있다. 각 화단 면적이 좁아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쉴 수도 없게 돼 있다. 전체 화단 폭은 약 5m로 원래 보행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곳엔 매일 3차례 열리는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 재현 행사를 보러 하루 최대 20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들고 있다. 직장인 곽모씨(41)는 “길건너 드넓은 서울광장 잔디밭을 축소해놓은 것도 아니고, 무슨 용도로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단은 애초 중구가 관리해왔다. 그러다 2015년 10월 가로수 관리 구간을 대한문 앞까지 정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소관이 서울시로 넘어왔다.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서울시가 정작 시민들의 불평을 3년간 외면해온 셈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굳이 벤치까지 설치할 필요는 없고, 보행로였던 공간을 인위적으로 집회 방해 목적으로 변형시킨 만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880172



지난 2013년 4월26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경찰병력이 쌍용차 분향소 철거자리에 설치된 화단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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