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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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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독서)글깨나 쓴다는 사람의 '글 시작법'

2018-07-03 15:57

조회수 :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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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으로 유명한 강원국씨의 신간 '강원국의 글쓰기'를 (책읽어주는기자)로 썼다. 지면 기사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이 코너에서 다뤄본다.

(사진/메디치)

글 쓰는 일은 어렵다. 시작하는 일이 특히 힘들다. 책을 통해 이런 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글을 쓰는 건 영하 30도 시베리아 벌판에서 몇 달씩 묵혀둔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것과 같다." 

이쯤되면 보편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첫 글을 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일단 머릿 속이 굳는다. 쓸 수 있을까하는 공포감이 조성된다. 백지에서 껌벅대는 커서만 봐도 한숨이 나오기 마련이다.

매번 똑같은 시작은 글쓰기에 '독'이라 생각했다. 내 글이 '정형화'될까 두려웠다. 새로운 보물을 캐는 심정으로 시작을 구상했다. 풀리지 않을 때는 당연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저자는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시작 노하우'를 알고 있다 말한다. 소설과 에세이, 시 등 장르에 관계없는 글들을 읽으며 시작법을 챙기면 된다. 노하우가 많이 쌓이다 보면 아무리 시베리아 벌판에 묵혀둔 차라도 시동은 걸릴 수 있다. 책에선 가장 기본적인 사항만 정리하고 있다.
 
1.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글을 쓰게 된 동기, 쓰는 목적, 취지를 설명한다. 배경 설명으로 시작하라는 얘기다. 독자를 예열시키는 효과가 있다. 주제에 집중해서 시작할 수 있다. 논문이나 딱딱한 글에 적합하다.

2.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화로 시작하라.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은 이야기면 좋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도둑질한 일을 고백하는 것. 다만 '나'로부터 시작하되 나에 그쳐선 안된다. '우리'로 확장해야 한다. 독자가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3. 수미상관
시작에서 암시만 하고 끝에서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고, 시작에서 쓴 말을 끝에서 반복함으로써 강조할 수 있다. 시작과 끝의 대구.

4. 평범하고 담백한 시작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 가장 감동적인 연설 '한일관계 입장 발표문'은 시작이 이러하다. '독도는 우리땅입니다.' 때에 따라 진부함은 진정성이 될 수 있다.

5. 뜬금없는 시작, 예상 밖의 시작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작은 피해야 한다. 독자에게 질문하거나 대화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글에 궁금증을 유발한다.

6. 핵심 개념을 정의내리는 것으로 출발.
개념 용어의 뜻을 풀어주거나, 관련 이론과 트렌드를 소개하고 시작하는 것.


(사진/뉴시스)

저자는 소설들의 첫 구절들도 수집하며 배운다. 첫 문장 모두 예사롭지 않다. 

"그는 걸프 해류에서 조각배를 타고서 혼자 낚시하는 노인이었고,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날이 이제 84일이었다."<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내가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은희경 '새의 선물'>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상 '날개'>

결국은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많이 읽고 써야 한다.

소설가 김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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