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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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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용산 국가공원에 필요할 '역사의 향기'

2018-07-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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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지난 4월, 동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체코 프라하성 내 비투스 대성당을 들렀을 때의 일이다. 성당 자체의 엄청난 크기와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보다 눈길을 끈 것은 성당 구석에 있던 페르디난드 1세와 아내, 아들의 무덤이었다. 페르디난드 1세는 체코를 오랜기간 식민통치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다. 비유를 하자면, 경복궁 안에 일본 천황가의 무덤을 모셔두고 있는 격이었다. 이를 놓고 작가 장혜원은 책 <프라하>에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역사는 보존하자. 그 역사는 후손들에게 그대로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수많은 외침에 시달린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건물들을 어디까지 보존해야 할지를 놓고 이따금씩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김영삼정부 시기인 지난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될 때도 그랬다.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말고 있는대로 남겨 후대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 기조를 넘지 못했다.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대의 주둔을 시작으로 일본·미국에 이르기까지 136년 간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쓰였던 현 용산 미군기지 내에도 식민지의 아픔을 돌아보게끔 하는 수많은 문화재급 유산들이 있다. 서대문형무소와 함께 현존하는 두 개의 일제 감옥 중 하나인 위수감옥, 미소공동위원회 당시 소련 대표단 숙소로 사용된 일본군 장교 숙소 등이 대표적이다. 부대 내 시설이라는 특성 상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에 새로운 사령부 청사를 마련하고 개관식을 진행했다. 아직 남아있는 부대들도 2020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게 되면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부지 내에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용산기지 터를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제는, 용산 국가공원에 대한 청사진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기지 내 각종 근현대사 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건물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해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부터 용산기지 이전 논의가 있어온 것에 비춰볼 때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조성될 용산 국가공원에는 ‘채움’ 보다는 ‘비움’의 가치가 투영되어야 한다는 말은 총론적으로 옳다. 용산이 개발세력들의 이전투구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남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 관점은 필수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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