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무비게이션) 무뎌지고 묽어진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2018-06-26 17:12

조회수 : 5,46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였다. 주인공 케이트 메이서(에밀리 블런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속한 조직(CIA)에서 밀려났다. 이후 맷(조슈 브롤린)의 팀에 지원을 했다. 그곳에서 케이트는 불법과 비도덕적 다시 말해 ‘지저분한’ 방식으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청소하는 맷의 팀원들을 보게 된다. 심리적 갈등은 극에 달했다. 케이트의 모습은 불안했다. 반대로 맷과 사냥개로 불린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는 냉혈했다. 그들의 방식에서 딜레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행동뿐이었다. 그래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세 인물을 두고 관객들이 느끼는 딜레마 즉 흔들림이 강도를 조율했던 이야기였다.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가끔은 미세하게. 이 영화가 개봉한 뒤 ‘관객 멱살을 잡는 스토리’란 찬사가 집중적으로 쏟아진 이유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후속편이다. 전편이 생략의 미학으로 접근한 지점이 있었다면 이번 후속편은 사실 정 반대에 위치해 있다. 서사에 대한 길라잡이가 보다 명확하다. 때문에 전편에서 느꼈던 압도적 긴장감은 사실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서사의 직접적인 전개 방식을 취했기에 맷 일행과 알레한드로의 행동 패턴이 예측이 돼 버린다. 갈등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케이트가 맷과 알레한드로에게 느낀 이질감이 전작의 갈등이자 딜레마였다면 이번 속편은 맷과 알레한드로의 같지만 다른 공감 그리고 미국 정부의 이중적 태도 여기에 한 소녀와 소년의 존재다. 크게 네 개의 뿌리가 뻗어나간다. 전작의 명료한 구조는 이번 속편에서 분화가 된 셈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국의 타깃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자국 내 유입되는 불법 밀입국자에 대한 근본적 원인으로 이들을 지목한다. 원론적으로 카르텔 말살을 계획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불가능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이지만 타국 내 상황 개입에는 주저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지저분한 방식’을 택한다. 그렇게 맷은 다시 한 번 미국 내 정부의 부름을 받는다. 그리고 맷은 팀원들을 소집한다. 전편에 이어 사적 복수의 완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알레한드로 역시 맷의 부름에 응답한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 사진/(주)코리아스크린
 
맷 일행이 담당할 ‘지저분한 방식’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간의 전쟁이다. 이미 부패한 멕시코 내 상황은 정부 대 정부로서의 관여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대 조직을 자극해 카르텔간 전쟁을 일으키고 그 상황에 미국이 개입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방식은 멕시코 최대 카르텔 보스의 딸 납치다.
 
계획대로 카르텔 보스의 딸을 납치한다. 조직이 다른 경쟁 조직의 짓인 것처럼 꾸미기 위한 여러 개의 덫과 미끼가 설치된다. 계획대로 모든 것이 흘러간다. 하지만 멕시코 경찰이 들이닥친다. 맷 일행과 무차별 총격전이 펼쳐진다. 총격전 가운데 납치됐던 보스의 딸은 도망을 치고 알레한드로는 자신이 남아서 보스의 딸을 다시 미국으로 대려 가겠다고 한다. 맷 일행은 알레한드로를 믿고 미국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결국 문제가 터졌다. 멕시코 땅에서 멕시코 경찰을 죽인 맷 일행이다. 국가간 분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미국 정부는 맷 일행에게 작전 종료를 선언한다. 이제 멕시코 땅에 남겨진 보스의 딸과 알레한드로는 모두의 표적이 됐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 사진/(주)코리아스크린
 
상황과 전략 그리고 시뮬레이션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자신감이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지저분한 방식이 통한다고 믿었다. 그것들을 위해 맷은 철저하게 훈련된 교관이었다. 그가 훈련시킨 사냥개 알레한드로는 자의를 통해 스스로를 버린 존재다. 가족을 죽음으로 밀어 넣은 마약 카르텔에 대한 원한은 복수의 대상화로 분명하게 자리한다. 이들을 서로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발판 삼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각종 사건에 ‘지저분한 방식’으로 투입돼 왔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그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언제나 성공했던 그들은 실패와 마주한다. 맷이 바라보는 실패와 알레한드로가 마주한 실패는 분명히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전편에서 딜레마를 부정하는 존재였던 맷은 이번에는 역설적으로 그 딜레마와 마주하게 됐다. 반면 알레한드로는 사적 복수의 단계로 가는 또 하나의 계단을 밟기를 거부한다. 무언가 큰 그림을 그리는 걸까.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 사진/(주)코리아스크린
 
전편이 담고 있던 밀도의 수치는 분명 묽어졌다. 전편이 케이트의 눈으로 바라본 맷과 알레한드로의 모습 그리고 딜레마에 포커스가 맞췄다면 이번 속편은 앞선 설명과 같이 네 개의 줄기가 등장한다. 맷과 미국 정부의 갈등, 알레한드로와 보스의 딸 그리고 주변 상황에 대한 변화, 보스의 딸이 겪는 감정의 변화 그리고 다음 3편에 등장할 한 소년의 존재다. 스토리가 분산되기에 밀도감은 당연히 묽다. 상황을 고민하는 캐릭터도 없다. 그저 행동할 뿐이다. 묽어진 스토리는 단순함까지 드러낸다. 줄기가 많은 이야기가 묽고 단순하다면 전작의 아우라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실망감이 가득할 수 밖에 없다.
 
당초 3부작으로 기획된 ‘시카리오’ 시리즈다. 이번 2편은 1편과 캐릭터의 동일성 외에는 정서적 개연성이나 스토리적 부합성 그리고 작품 전체의 톤 앤 매너 모두가 저하된 느낌이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 사진/(주)코리아스크린
 
‘수부라 게이트’를 통해 범죄 영화의 새로운 미학을 선보인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은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를 단순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 끌어 내렸을 뿐이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