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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무명용사묘 헌화, 그 무거운 의미

2018-06-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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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국빈방문 첫 날인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레믈린 옆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했다. 2차 세계대전 전몰장병들이 안치된 무명용사의 묘 헌화는 외국 정상들이 러시아 국빈방문 시 거쳐야 하는 필수 일정이다. 청와대 측은 “러시아인들은 결혼식 등 개인적인 기념일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름 모를 영웅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전쟁사를 들춰볼 때마다 아이젠하워·몽고메리·롬멜 등 걸출한 고위 지휘관들의 이름이 부각되지만, 일선에서 싸우는 것은 초급 장교·부사관과 병사들이다. 치열한 전투 속 이들의 시신을 미처 수습하지 못하거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매장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래서인지 러시아는 물론 많은 국가에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어간 무명용사들을 추모하는 크고 작은 추모시설이 있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등 곳곳에 무명용사를 기리는 시설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기자 또한 무명용사 추모시설을 가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문 대통령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을 때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찾은 것에 주목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을 제대로 기리는 것이 진정한 보훈이고 안보의 길”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후로도 문 대통령의 무명용사 추모는 이어지고 있다. 현충일 추념식 등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 등 해외순방 중에도 계속된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명은 될 것입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서울 동성중 3학년 재학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참전한 고 이우근 학생의 편지에는 전쟁에 대한 공포, 눈앞에 닥친 죽음 등이 서린다. 그는 결국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1950년 8월11일 포항여중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 죽음을 이씨 본인은 불과 3개월 전 수업에 열중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이씨와 같은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는데서 진정한 보훈과 안보는 시작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몇몇 지도자들의 손으로만 세워진 것이 아니지 않은가.
 
최한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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