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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고시를 없애자

2018-06-18 13:06

조회수 :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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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시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시는 조선시대에나 어울릴 법하다.

고시는 인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죽이는 제도다. 고시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벽을 쌓는 것을 의미한다. 

고시는 전문가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갑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일조한다. 고시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데는 딱이지만 사회전체적인 먹거리를 줄이는데도 딱이다. 한국처럼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하며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고시는 더욱더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역사저널 그날 조선시대교육 2부 – 83세 조선의 선비, 과거 급제하다'의 한 장면이다. 결코 우리는 여기에 박수를 쳐서는 안된다. 과거시험은 정승이 되는 것이 목표지 백성을 섬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유교는 많은 것을 망쳐놓았다.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의 욕망을 묶어놓았고 권위주의만 공고히 다져놨다. 유교권 국가라고 국민들이 싸가지가 더 있는 것도 아니다. 율곡 이이는 쓸데없이 과거급제만 수십번 했다고 한다. 왕 세종시절에는 노비가 과거를 급제한 적이 있었다. 이에 세종은 뒷목 잡고 자신이 헛살았다고 생각했다. 삼한이라는 나라에서 실력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먼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삼한사회에 계급이 여전하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두루두루 실력을 펼쳐 국가경제를 일으키려면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점을 잘 이용해야 한다. 

실제 고시라고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동아시아 몇개 나라정도밖에 없다. 설사 외국에 고시라고 불리는 것이 있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뽑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직업윤리를 잣대를 강하게 들이대는 정도이다. 그 자리에는 그자리의 적임자가 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밥통을 보장하기 위한 고시제도가 아니라 전문가를 선발하는 고용의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를 뽑는 각종시험제도의 문을 낮춰야 한다. 한국의 시험제도는 불필요하게 너무 어렵다. 누구의 말을 빌자면 가히 살인적인 시험제도다. 나 잘났다고 과거급제해 금의환향하는 것에 자꾸 의미를 두는 시험제도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말살하는 것에 가깝다. 

대학입학이 쉽데 졸업을 어렵게 하는 것처럼 전문가 양성의 문턱을 낮추돼 경쟁을 해서 살아남게 하면 사회의 부도 같이 증가한다. 말이 문턱을 낮추는 것이지 사실은 시험제도를 정상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세무사를 하기 위해서는 수학미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미분을 모르면 세무사가 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미분을 해야 세무사가 될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세무사가 대체 왜 미분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인가. 불필요한 진입장벽 때문에 인재가 죽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는 시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나온다. 시험을 통해 100명의 전문가를 뽑는 것과 경쟁을 통해 100명의 전문가가 살아남는 것은 숫자로 보면 차이가 없다. 다만 후자가 훨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시제도만 손봐도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비좁은 고시촌에서 평생 먹을거리를 보장받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몰려드는 현상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회도 더욱더 투명해지고 좋지 않을까? 

누군가는 그럼 좁고 작은 나라에서 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라고 한다. 세상은 넓다. 할일은 많다. 무궁무진하다. 

어차피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기업이 맘껏 돈을 벌 수 있도록 하자. 그래도 취업생들이 한국에서 먹거리가 적다면 영어를 가르쳐서 외국으로 내보내면 된다. 한국이 좁아서 일자리가 없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그냥 앉아서 신세타령만 할 것인가. 한국만 빼고 외국사람들은 모두 일하면서 유랑다니며 산다. 

우리도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세계화를 외쳤다. 벌써 20년도 더 된 얘기다. 우리가 항상 낭만적으로 부르짓는 NOMAD, 디지털유랑민. 그것은 이미 현실이다. 우리만 모르고 살아왔다. 유랑은 새장의 철쇠를 부수는데 부터 시작된다. 

<선생님들이 공부잘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야해라고 하신 말씀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렇게 교육을 시키는 곳은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인성강조하면서도 플랭카드에는 고시합격자 수와 SKY 입학자 수가 등장한다. 따지고 보면 공부잘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야해라는 가르침은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면 모두 농락이다. 신기하게도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골라서 허락하는 나라들이 많다. 보통 잘사는 나라들이 그렇겠지만 한국도 이제 잘사니까 자기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게끔 하면 어떨까. 그게 전제가 되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던 그 분야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면 된다. 사회인식이 안바뀌면 돈을 왕창 벌게 해주면 인식도 바뀐다. 장인(MASTER)으로써 존경받는 시스템도 만들어주자. 어차피 사법고시 백년 해봐야 나라경제는 발전안한다. 지금 한국을 먹여살리는 반도체 핵심 기술자 10명만도 못하다. 직업에 귀천이 없도록 자기 분야에서 돈을 왕창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출발은 아인슈타인도 겁낸다는 '한국형 고시'를 없애고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피터지게 경쟁토록 풀어놓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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