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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사 피로대책 시급하지만…국토부, 8년간 '지지부진'

ICAO 시한 쫓겨 졸속 움직임…"인력 충원 함께해야 효과"

2018-06-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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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관제사들은 타 직종에 비해 높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높은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야근이 주요 원인이다. 근본적으로 인력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피로 및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 하에 점진적으로 개발 및 보완을 해 나가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0년 발주했던 '항공종사자 인적요인의 안전영향 및 안전관리방안'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의 일부다. 당시 용역 수행기관인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항공교통 관제사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각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피로관리시스템(FRMS)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관제기관에서의 근무는 '3일 근무' 또는 '4일 근무 후 2일 휴무'의 형태로 운영된다. 야간 근무 후 2일이라는 휴식 기간이 있지만 근무 인원이 부족해 관제사들은 보통 한 달에 1~2회 정도의 휴무일 보충 근무를 선다. 야간 근무 후인 휴일 하루는 생체 리듬이 불균형해 적절한 휴식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관제사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휴무일은 실질적으로 하루에 불과했다.
 
관제사들의 열악한 수면 환경도 언급됐다. 관제사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내외였다. 특히 야간근무 후 수면시간은 5.49시간으로 모든 교대 근무 시간대 중 가장 낮았다. 수면의 질도 나빴다. 당시 설문에 응했던 관제사 대부분은 관련 항목에 1~2점이라는 최하점을 매겼다. 연세대 산학협력단은 "계속되는 수면부족과 낮은 수면의 질은 피로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 개발은 앞선 연구가 진행됐던 시점으로부터 8년여 동안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최근에야 국토부는 '항공교통관제사 피로관리 제도 도입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뒷북 대책 마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피로관리 적용대상을 조종사에서 관제사로 확대 시행하기 위한 국제기준을 지난 2016년 2월 제정하고 오는 2020년 11월부터 시행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 4월 국토부는 '항공교통관제사 피로관리 제도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의 과업 지시서에는 "항공교통안전 확보 및 국제기준 이행을 위해 국내 현실에 적합한 관제사 피로관리제도의 도입을 위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관제사를 위해 운영 중인 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은 없다"며 "다만 관제사의 피로도 증가로 인한 잠재적 위험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처럼 관제사 근무환경에 대한 연구는 처음"이라며 "과거에는 근무시간이나 피로관리보다는 인력관리 측면이 강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과학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 관제사는 "근무환경 정책을 만드는 국토부 행정 인력 중 일선 현장에서 관제업무를 경험해 본 사람이 적어 우리들의 근무 애로사항이 정책에 충실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피로관리 개선안 추진의 의미는 ICAO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지금에 와서야 신경을 쓰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인력 부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현 제도 내에서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의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존 인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업무 피로도를 줄이는 방안이 나와도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운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ICAO 권고 시행 시점에 맞추다 보니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이 졸속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또 다른 관제사는 "조종사, 승무원, 관제사 등 항공 종사자들의 피로도가 안전 위협과 밀접하다는 연구 조사들이 과거부터 언급돼 왔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최근"이라면서도 "이제라도 피로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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