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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대기업이 돈을 많이 주는 진짜 이유

2018-06-14 14:24

조회수 : 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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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대기업에 가고 싶어한다. 대기업에 가고 싶어하는 진짜 이유는 가오가 서기 때문이 아니다. 
돈을 쉽게 벌고 많이 주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제조업 근로자와 투자설비 및 금융상품들 덕분이다. 노동자들이 물건을 열심히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금융상품을 굴려 돈이 스노우볼처럼 점점 불어나는 것이다. 

<기업은 매출원가와의 전쟁이다. 매출원가 정보는 그 어디에도 보안이다. 공장밖의 비용은 모두 중요하지 않은 비용이다. 사실은 공장 노동자들이 더 대접받으며 일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가치는 공장 노동자들의 손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회계장부에 담겨진 진실>

회계에서도 상품의 가장중요한 매출원가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외에 사무직 근로자들은 영업비용으로 처리되지만 일종의 기타경비라고 보면 된다. 공장에서 벌어오는 돈에 편승하여 쉽게 고임금을 얻고자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사무직이라는 낙타구멍을 통과하는 이유다. 

물론 구조조정이 있을때도 공장 근로자보다 사무직 근로자들이 먼저 목이 달아나는 이유기도 하다. 사실상 사무직은 줄이면 줄일수록 이득이기 때문이다. 좀 더 고상하게 말하면 기업의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에 사무직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여튼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왜 이렇게 월급을 많이 주는 가이다.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많이 안주면 그만큼 많이 빼먹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구본무 전 회장께서는 항상 신입사원을 뽑고 대강당에서 한마디 하신다고 한다. 

'신입들 뽑아서 일시켜보면 다 엉망진창이야. 돈이 아까워 정말. 그런데 내가 너희에게 이렇게 많은 월급을 주는 이유는 삼성이나 현대나 한국의 모든 다른 기업들이 다 이만큼 주니까 할 수 없이 주는거야'

물론 내가 직접들은 얘기는 아니고 지인이 신입시절 구 회장님이 우스개소리로 한 소리였다는 소회다. 

이 우스개소리에는 뼈가 들어있다. 실제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에서 그만큼 월급을 얹어주지 않으면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월 500만원을 받던 과장이 550만원만큼 임금을 올려주면 무려 700만원 받는 효과를 내기 위해 요리조리 빼먹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를 쓰고 대기업에 입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노동자들이 벌어오는 엄청난 돈에 편승해서 쉽게 먹고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진격의 거인이라는 일본만화를 보면 '왜 능력있고 용감한 사람일수록 자기보신을 꾀하며 안으로 숨어드는가'라는 의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회사에 대한 기여도와 회사가 성장의 폭을 가늠했을때 보수가 적다고 느껴지면 그 적은 차이만큼 보다 더 많이 해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은 500만원 받던 과장의 월급을 550만원이 아닌 600정도까지 올려준다. 근로자가 더 해먹을지 말지 걸릴지 안걸릴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심리적인 저항선까지만 고임금을 주는 것이다. 

즉 회장님이 직원들에게 생각보다 조금 더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은 직원들이 그나마 덜 해먹게 하기 위해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의 결과다.
이로인해 대기업은 월급을 많이 준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물론 많이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뒤로 해먹는 직원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덜 해먹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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