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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ver.2018)Immigration

찰스... 당신은 도대체...

2018-06-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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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3. 2. 1. 발사
 
초거대 우주 왕복선 이미그레이션호의 엔진이 굉음을 내뿜으며 불을 붙였다. 새벽 일찍부터 휴스턴 우주센터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역사적인 광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천천히, 그리고 매끄럽게 발사대와 분리된 이미그레이션호는 가속을 이어가며 대기권을 향해 나아갔다. 대기권 돌파를 앞둔 순간, 갑자기 기체의 머리 앞부분이 불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미그레이션호는 커다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300명의 사람들이 하늘에 흩뿌려졌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로 멸망의 길을 밟고 있던 인류는, 생존을 위해 초 국가적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노아의 방주에서 착안해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인류대표를 생물자원과 함께 우주로 쏘아 새로운 개척지를 찾겠다는 것. 50년이라는 시간동안 인류는 휴스턴 우주센터를 기지로 삼고 초거대 우주 왕복선 이미그레이션을 완성해낸다. 당시 이미그레이션의 제작의 총책임자였던 발사 실패 직후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한평생을 프로젝트에 바쳤던 그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철수는 인류의 꿈이 날아가버린 원인을 직접 찾기로 결심했다.
 
철수는 두 달 동안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문제를 점검해나갔다. 여론의 비난이 극에 달해 잠수를 결심하기 직전, 우연히 틀어놓은 3개월 전 감시카메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조립반장인 민수가 우주선의 앞부분을 조립하며 한곳에 9g의 녹색 나사를 조립하는 것. 우주선 앞부분은 모두 크기와 모양은 같은 10g의 빨간색 나사를 쓰도록 돼있다. 솟아날 구멍을 찾아낸 철수는 한걸음에 민수의 집으로 찾아갔다. 다행히 철수가 초인종을 부수기 전 민수가 문을 열었다. 초췌한 몰골. 민수와 민수의 집에 술 냄새가 진동했다.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한 민수는 거듭된 철수의 재촉에 술을 마신 사실을 자백했다. 이미그레이션 제작자들은 모두 프로젝트 참가 전에 금주 서약을 했다. 그러나 작업자들 대부분 서로 몰래 술 마시는 일을 눈감아주고 있었다. 민수는 자재담당 영철에게 책임을 미뤘다. 평소 자재를 뒤바꿔 배달하는 일이 잦은 영철이 문제의 그날도 나사를 잘못 가져다 뒀다는 것이다. 그의 변명을 수용할 수 없었던 철수는 그에게 사실을 공개하기까지 3일의 말미를 주겠다고 통보하고 민수의 집을 나섰다. 그리고 10분 후 그의 휴대폰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 자신의 사위를 걱정하는 국방부 장관의 전화였다. 철수는 영철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빨간색 나사 두개를 앞에 둔 영철은 조금씩 떨고 있었다. “녹색 나사를 집어 봐요” 머뭇거리던 영철은 결국 나사 하나를 집어들었다. 붉은색. 그는 색약이었다. 철수가 들고 있는 민수의 신상기록부에는 색약이란 단어가 없었다. 다만 진하게 그어진 밑줄 위에 다음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미국 유명 상원의원의 추천 서명이 눈에 띄었다.
 
이미그레이션호의 비극으로부터 100일이 지나고서야 NASA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체 조사 결과, 나사를 공급한 중소기업이 제작했던 나사 중 하나가 불량으로 판명났다. 3대째 NASA에 나사를 납품해오며 전통기업의 표본으로 꼽혀오던 그 중소기업은 인류의 비난과 함께 파산했고, 사장은 구속됐다. 중소기업 사장은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중죄인으로 분류됐고, 전 인류의 적으로 찍힌 그를 대변해주려 나서는 이도 없었다. NASA는 깊은 반성과 함께 자재 불량을 맡을 특별 부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체조사에서 중소기업의 실수를 밝히는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민수와 영철은 특별진급을 통해 새로운 부서장과 부부장을 각각 나눠 맡게 됐다. NASA는 지난 실수를 디딤돌 삼아 이미그레이션2호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일감이 연장되며 밥숟가락을 지키게 된 관계자들은 열광했다. 하나 바뀌었다면, 전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철수가 NASA를 떠났다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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