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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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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밴드유랑)홍대 걷고싶은거리? '난 걷기 싫어요'

홍대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김페리①

2018-05-31 17:49

조회수 :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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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권익도의 밴드유랑)'김페리'가 그린 '도시 청춘'의 좌절과 희망


홍대 '걷기 싫은 거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당황했다.
그런 거리는 없는 것 같은데, 혹시 '걷고 싶은 거리'?

"예, 전 거기가 참 걷기 싫은데요.. 만나서 말씀 드릴게요."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그곳의 풍경부터 한 눈에 살펴보았다.
평일 오후 5시였음에도 버스커들이 한 줄로 늘어 서 있었고, 그 주변은 관객들로 인산인해다. 

서로의 간격이 5m도 채 안 되는 조그만 공간에서 
누군가는 노래를 하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있다. 
물리적 거리가 좁다보니 자연히 서로 간 소리가 뒤섞인다.
제대로 된 감상이 불가능한 것 까진 아니지만 온전히 한 곳에만 집중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근데 단순히 이런 풍경 때문이었다고? 본인도 뮤지션인데 단순히 버스커가 공연을 한다고 싫어할리는 없을테고.' 

잠시 생각을 정돈하고 있던 차에 그가 왔다. 수많은 버스커들을 등지고서 오던 그는 반갑게 인사한 후 설명한다. "사실 여기 있는 버스커들 때문에 거리가 싫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저 또한 음악 초창기 때 '버스킹'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제가 거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거리의 천편일률적인 느낌이 싫어서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거에요. 자기 만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도 있지만 그보다는 남의 노래를 하거나 남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이들이 많고요. 음식점도 죄다 고기에 치즈만 올려 놓고 맛집이라 하고요. 저기도 보면 네온사인도 다 비슷비슷하고 주말엔 헌팅을 하려는 이들로 붐벼요. 그런 '도시 번화가'의 염증이 제겐 좀 싫었던 것 같아서요..."

누군가 세모를 하면 나도 세모를 한다. 누군가 네모를 하면 내 동그라미는 틀린 것 같다. 다름을 틀렸다는 시각으로 보는 세상, 자기 것을 강요하고 같지 않으면 배척하는 한국 문화를 사실 그는 어릴 때부터 줄곧 고민해 왔다.

"똑같은 것만 맞다고 여기는 문화는 사실 무의식적으로 어릴 때부터 경험해온 게 아닐까 싶어요. 왜 보면 저도 학교에서 고무동력기든, 리코더든 조금이라도 다른 준비물을 사갈 때는 친구들에게 항상 놀림을 많이 당했거든요.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남과 비슷한 걸 해야한다는 사고가 자리 잡은 거죠."

그가 입을 멈추자 잠시 생각이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얼마나 다른 이의 동그라미를 이해하려 했던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척하는 케케묵은 관습에 찌들어 있지는 않았던가. '걷고 싶은 거리'라는 말에서 이렇다 할 불편함은 못 느꼈던가.

버스커들이 내는 '소란'이 더욱 더 커질 때쯤 우리는 그 반대 방향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걷고 싶은 거리'의 메인도로를 벗어난 샛길에서 사진촬영을 하기로 했다. 장소에 관한 느낌을 표현해달라는 주문에 그는 자신의 생각을 무심히 '탁' 던져 보이는 듯 의문의 제스처를 취해주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조은채 인턴기자가 함께 동행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함께 어떤 그림을 담을까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저작권은 뉴스토마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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