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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무근'→'일부 정황 발견'→'재판독립 침해'

특별조사단,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최종 조사결과 발표

2018-05-2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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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등을 파악한 파일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5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대법원에서 진행된 회의를 끝으로 이같은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 컴퓨터 4대에서 검색어 49개를 통해 추출된 3만5633개의 파일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파일들이 존재했음을 확인했다. 다만, 비판적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그들에 대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과 관련해 특정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지를 검토한 것이나 특정 법관들에 대한 성향 등을 파악했다는 점만으로도 헌법이 공정한 재판의 실현을 위해 선언한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려는 것으로서 크게 비난받을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사단 결과보고서에는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2015년 2월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밖에 이번 조사에서는 원 전 원장 사건을 포함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공판 진행 상황',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 등이 발견됐다.
 
특조단은 "재발 방지를 위해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할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나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사법행정과 재판 작용의 엄정한 구분을 유지해야 한다"며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민했다"고 했다. 또 "법관 사회 전체가 재판의 독립을 위해 서로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조단은 관련 법관들에 대해 형사고발 등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특조단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의혹에 관련된 행위자 별로 관여 정도를 정리 징계청구권자 또는 인사권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12일 출범한 조사단은 조사 준비 기간을 거쳐 물적, 인적 조사를 진행했다. 주요 물적 조사 대상으로는 임 전 차장, 이규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사용하던 저장매체 각 2개씩 전부며 대면조사는 19명, 서면조사 23명, 방문청취 2명, 기타 5명으로 진행했다.
 
1년여간 세 차례 진행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는 1차 사실무근, 2차 법원행정처의 일부 법관 동향 수집 문건 발견 등을 거쳐 이번 특조단 조사를 끝으로 일단락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다음 주쯤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회의를 마친 후 퇴근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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