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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정부 책임 먼저 물어야"…라돈침대 소송 두고 피해자들 입장차

132명 검찰에 고소장 제출…"제2 가습기살균제 사태 안되려면 정부에 먼저 따져야" 주장도

2018-05-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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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라돈 검출 침대 사용자 중 일부가 회사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소송에 돌입한 가운데 상당수 피해자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정부가 인증한 제품을 믿고 사용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제기됐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분명한 원인 규명과 함께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24일 라돈 침대 사건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에 따르면 라돈 때문에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용자 132명은 23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환경청(EPA)이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김 변호사는 "1차적으로 2800여명이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히고 소송 위임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 외에 원전 주변 주민 갑상선암 피해소송과 가습기살균제, 메르스 소송 등의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도 피해 구제를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피해자들은 법적 구제나 피해보상보다 원인 조사와 그에 따른 해결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정부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제대로 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에 사는 한 피해자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이 신속한 수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난 뒤 원안위가 한 달 내 수거를 완료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범정부 차원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과한 것도 말뿐이라는 의미다. 피해보상 청구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 우선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다른 피해자 역시 "피해자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를 제대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진행되는 소송은 법적인 문제에만 국한돼 있는데 책임이 명확하게 규명되고 피해 정도를 확인한 뒤에 소송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안의 특성상 피해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입증책임부터 보상요구까지 모든 절차를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현재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추산 30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속출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실제 피해 구제는 6000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안전사회 마련을 위해 구성된 사회적참사 특조위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관련 제도 마련과 입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피해자들이 피해 신고를 해도 특정 질환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입증하는 데서부터 배상 신청까지 건건이 여기에 매달려야 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 노력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제조사들도 사건이 잊혀지길 바랐다. 이번에는 사건 초반부터 피해자 신고를 적극 유도한 뒤 위임장 방식을 통해 침대 구입 사실을 확인하면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의료보험자료를 추적해 지속적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이후 추가적인 질병 노출이 확인되면 배·보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부장은 "소송을 통해 정부와 기업 책임을 입증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일시적으로 다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축적됐기 때문에 피해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게 되는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라돈 침대의 영향인지를 역학적으로 입증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가 광범위하게 피해 범위를 설정하고 관리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한국YMCA전국연맹 등 11개 회원단체가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관 앞에서 라돈 침대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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