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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특별기고)바다안전의 미래를 여는 문 '세계등대총회'

2018-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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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처럼 해사안전(海事安全)의 중요성이 높은 관심과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던 때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바다와 안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관계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해사안전을 위해 국가가 반드시 제공해야 할 서비스는 무엇일까? 바로 항로표지 서비스이다.
 
예상 밖의 답일지 모르겠다. 일반 국민들에게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항로표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같이 맞닥뜨리는 도로, 차선, 교통 표지판, 신호등과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항해 안전을 위한 해상교통시설이고, 바다 이용자를 위한 국가의 대국민 서비스인 셈이다. 그러나 대다수 우리는 해사안전을 지키기 위한 항로표지의 역할과 해양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에 대해 모르고 지내왔다. 마치 햇살과 공기의 중요성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간과해 온 항로표지의 오늘과 미래를 한자리에서 전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오는 27일, 세계등대총회(제19차 IALA 컨퍼런스)가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다.
 
이번 세계등대총회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국제행사로서 항로표지에 대한 국제표준과 정책 및 비전을 논의할 뿐만 아니라 해사안전의 미래를 항로표지가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다. 따라서 이번 세계등대총회에서는 전통적 항로표지라고 할 수 있는 등대, 등표, 등·부표는 물론이고, DGPS로 대표되는 위성항법 보정시스템에 이르는 현재의 항로표지기술에 대한 조망과 함께 미래 항로표지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다.
 
바다에서의 운항 환경은 날로 급변해 가고 있다. 생계 목적을 위한 항해에서 여가를 즐기기 위한 항해로의 현재 진행형 변화와 더불어, 자율운항선박 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선이 기존의 유인선과 함께 자유롭게 항해하는 모습이 목전에 다가왔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항로표지는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해양사고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한 본연의 목적 달성뿐만 아니라 해양분야의 대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e-Navigation(차세대 해상항법체계로 선박과 육상에서 해상 관련 정보를 수집, 통합, 교환, 표현 및 분석하는 전자 시스템)의 실현을 비롯한 자율운항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항로표지의 혁신적 진화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등대총회에서 우리는 항로표지의 진화와 미래가 제시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현재 선박운항시스템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GPS, GLONASS와 같은 위성항법시스템의 항법정보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지, 위성항법시스템의 신뢰도를 감시하고, 오작동과 위협요인을 예측하여 보다 손쉽게 선박에 알려 줄 수 있는 항로표지 시설은 없는지, 이런 기간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신기술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제안과 표준화 논의는 어쩌면 이번 세계등대총회에서 보게 될 평이한 수준의 미래 항로표지 모습일지 모른다.
 
이번 세계등대총회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최초의 대규모 항로표지 국제회의이며, 항로표지를 통해 해사안전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해사안전의 방향성과 항로표지의 미래를 확인하고,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건실한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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