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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 고발장' 의혹…이번엔 수사단 흔들기?

법조계 "이례적이지만 위법 아니야"…문무일 총장 "자초지종 살펴보겠다"

2018-05-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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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수사단의 추가 고발장 대필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수사단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검사장)은 전날 수사단이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고발장을 대필해 검찰 수뇌부를 피의자로 적시했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논란이 더욱 번지자 23일 다시 한 번 해명에 나섰다.
 
수사단은 이날 “추가 고발장 ‘셀프작성’ 의혹 보도에 이어 수사단이 전·현직 검찰 간부를 피고발인으로 추가해서 수사대상을 확대하고, 이를 대검과 법무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활용하는 등 편법적으로 수사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단체가 고발한 고발장은 안미현 검사가 언론을 통해 주장한 내용에 대한 언론보도 기사만을 첨부해 경찰에 제출된 것이었고 이어 춘천지검을 거쳐 수사단에 이송됐다”면서 “당시 고발장에는 ‘외압에 의한 강원랜드 1차 수사 부당종결’과 ‘증거목록 부당삭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내용이 있었고, 의혹을 받는 이들로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 실명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증거목록 부당삭제 등 고발부분은 최 검사장 재임시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수사단은 “그렇기 때문에 고발인 조사 전에 먼저 안 검사를 상대로 이틀에 걸쳐 상세히 조사했고 그 주장에 대한 근가자료도 제출받아 분석을 마쳤다”면서 “고발인 조사 전에 이미 최 검사장 뿐 아니라 전·현직 춘천지검의 지휘부, 대검과 법무부 관계자가 보관하고 있는 관련 자료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가능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고발인의 추가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이미 검찰 내부에 대한 강제수사 요건이 충족됐다는 말이다.
 
수사단은 이어 “입건(인지)절차를 생략하고 수사 대상자를 확대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만일 그럴 의도였다면 현직 검사장들을 상대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단은 고발인을 상대로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범위와 피고발인을 물어본 이유에 대해서도 “고발인이 언론에 보도된 외압 의혹 전반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그것을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것이 고발인의 권리와 관련해 고소·고발 사건 수사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단 설명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논란의 시발점이 된 ‘추가 고발장을 대신 타이핑해 준 다음 접수한 과정’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될 사항은 없다는 판단이 중론이다.
 
한 고위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고발은 구두 진술로만으로도 성립된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고발인이 문맹이나 무학인 경우 사건을 접수하는 수사관이 대신 타이핑을 해주고 이를 고발인에게 설명해 준 다음 서명날인을 받아 접수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면서 “이는 항고, 재항고 등 고발인의 권리를 위한 것이다. 이 자체를 가지고 위법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사단의 ‘검찰총장 수사외압 의혹 폭로’를 강하게 비판했던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도 “‘대필 고발장’이나 ‘셀프 고발장’ 등 자극적 표현 때문이지 수사관이 고발인 앞에서 타이핑을 치고 바로 그 전부를 보여준 다음 진정한 의사임을 확인해 접수한 고발장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출신 외 법관 출신이나 순수 변호사 출신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분명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것 자체에 위법성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견 변호사인 또 다른 변호사도 “문제없다. 만일 의혹대로라면 시민단체와 검찰이 공모했다는 말인데, 이거야 말로 수사단 흔들기 아니냐”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취재진이 출근길에서 만나 이 문제를 묻자 “자초지종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 수사지휘권 행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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