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최영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공판에 직접 출석해 “사면대가로 삼성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해 직접 준비해 원고를 읽으며 그동안 하지 않았던 본인의 생각을 쏟아냈다.
그는 첫 발언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검찰 수사 시작 이후 조사진술 거부하기도 했고 기소 후 재판도 거부하자는 주장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이날 출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저는)헌법을 준수하겠다고 국민한테 맹세한 사람이고 대한민국은 3권분립과 법치주의가 보장된 나라라는 것, 이것을 믿고 검찰이 기소한 것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다스 소유’ 관계”라면서 “30년 동안 회사 성장 과정에서 회사 소유 다툼도 없던 회사를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비판했다.
그는 또 “정치를 시작하면서 맘음 속에 품은 일이 있다. 권력이 기업을 상대로 하는 보복차원의 세무조사 등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며 “(대통령) 당선 후 전경련을 찾아가 정경유착을 없애고 정부와 기업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기업은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확보에만 전념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시절 청계천 복원할 때 대기업 참여했고, 4대강 살리기에도 수많은 기업이 참여했다”면서 “(이 사업들에 대해)오랫동안 검찰수사가 이뤄졌지만 불법자금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었고 실무선에서도 경계했다. 제2롯데월드도 시끄러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면서 “청계재단도 순수 제 재산만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끝으로 “남북한의 새로운 시대 열릴 것이고 나아가 통일 시대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 시대적 요구자 소명”이라며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갈등과 분열 극복하고 화합하는 것이 전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봉사와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 피고석에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아는 바를 변호인에게 모두 말했고, 앞으로 이를 재판과정에서 주장할 것이다. 공정한 판결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최영지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