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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현장에서)항만 자동화와 일자리 논란

2018-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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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양산항 4기 터미널은 말 그대로 무인 시스템이었다.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고 이동하고, 다시 차로 옮겨 싣는 모든 현장에서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년 말 중국에서 문을 연 양산항 4기 터미널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항만 구축 시범사업의 최고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항만인 양산항을 통해 그들은 기술력 수준에서도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이 양산항에 무인 이송차량(AGV)을 비롯해 설비, 시스템을 공급한 세계 1위 항만자동화장비 기업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은 자동화 항만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ZPMC에 따르면 자동화 항만은 1993년 첫 선을 보였다. 이후 10여년 뒤인 2002년 독일에 두번째 자동화 항만이 들어섰다. 3번째인 네덜란드 유로막스로테르담 터미널은 2008년에 문을 열며 도입 간격을 6년으로 줄였다. 이후 올해까지 10년 사이에 무려 38개의 자동화 터미널이 생겼다.
 
하지만 세계 1위 항만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는 아직까지 자동화 항만이 도입되지 않고 있다. 자동화 항만 도입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일자리는 줄어든다. 실제로 양산항의 근무 인력은 자동화 도입 이후 70%까지 줄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항 신항의 스마트항만 건설을 두고 노조는 자동화 도입이 시기 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대안도 부족하고 자동화 기술의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자동화시스템 도입을 단순히 인력 감축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항만의 주된 인력 가운데 크레인 운전자의 경우 60m 상공 위에서 하루 12시간 근무한다. 이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중국 최대 항만 도시인 상하이에서 조차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현재의 물동량을 처리하려면 항만 자동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무릇 항만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실업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노동자 뿐만 아니라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과 노동자들은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여 극한적 대립이 아닌 원만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직종 전환을 위한 재교육 등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이해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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