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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독서)신해철 '그대에게'는 사실 '음악에게'

2018-05-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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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책읽어주는기자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기사원문: (책읽어주는기자)한국 음악사의 마지막 르네상스인 '마왕' 신해철
그 못다한 이야기를 (잠깐, 독서) 코너에서 다뤄본다. 


(사진/유튜브캡처)

알려지진 않았지만 신해철은 생전 음악적 열등감을 안고 살았다. '재능이 없다'는 평가를 너무 일찍이 들어버린 탓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클라리넷을 연주했지만 담당 교사로부터 재능이 없다는 말을 너무 쉽게 듣고 만다. 고등학교 시절 때는 스쿨 밴드를 결성했지만 탁월하지 못한 보컬실력, 늘지 않는 기타 솜씨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머릿 속은 온전히 음악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동네 친구들과 불광동의 맹주였던 그룹 '부활'의 연습실을 드나들며 팬질을 했고, 방과 후에는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빠져 허우적 댔다. 

뮤지션이 되지 못한다면 프로듀서나 엔지니어가 되어서라도 음악 속에 있고 싶어 했다. 그 마저도 힘들면 천부적인 말 재주를 다듬어 음악을 소개하는 DJ나 비평가라도 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한편으로는 신스가 주가 되는 외국 밴드들을 열심히 카피하고, '대학가요제에 나가려고' 대학에 가기도 했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접어 버리는 거개의 사람들과 달리, 그는 꿈을 향한 계속적인 노력을 병행했다.

그의 '20년지기'인 음악평론가 강헌은 '그대에게'가 사실은 음악에 관해 보내는 메시지라 말한다. 평이하고 새로운 것 없는 노래말의 진행이 동네 여학생이나 캠퍼스 여학우에 대한 연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음악을 강하게 반대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눈을 피해 동네 문방구에서 사온 멜로디언,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만든 멜로디. 

그의 젊은 시절을 종합해 추론했을 때 강헌은 그것이 청춘의 사랑 타령 형식을 빌린 "음악 자체에 대한 간절한 서원"일 수 밖에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대'는 바로 '음악'이었던 것이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걸', '아직 내게 남아있는 많은 날들을/그대와 둘이서 나누고 싶어요',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그대를 포기할 수 없어요'

1988년 12월24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트윈 키보드에 의한 25마디 전주가 울려 퍼진 순간, 불가능했던 그의 꿈이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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