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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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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패션·화장품까지…북방향 온난전선

개성공단 패션기업, 재입주 의지 '활활'

2018-05-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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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미·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벌인 기업을 중심으로 경협 의지가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사드 국면으로 얼어붙었던 한중관계 회복도 이뤄지고 있어 소매업계 전반으로 '포스트 사드' 국면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면세·뷰티업계나 백화점·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는 사드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 한한령 해제와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이 귀환하는 등 한중관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되느냐는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패션 등 개성공단 진출 기업 '경협' 의지 재점화
 
2015년 CU 개성공단 점포 매출 상위 제품. 자료/BGF리테일
16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진출해 남북경협 사업의 물꼬를 텄던 기업들은 공단 재가동 문제가 시급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설문한 결과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124개 기업 대다수인 96%(응답기업 기준)가 재입주를 희망할 만큼 이들의 경협 의지는 확고했다.
 
특히 패션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성공단 재가동이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개성공단 입주 1호 기업인 패션기업 신원은 공단 내 최대규모의 공장에서 현지인 3600명과 주재원 18명이 근무했다. 신원 관계자는 "주재원으로 나갔던 본사 직원들은 현재 생산부서나 유관부서로 이동해 근무중"이라며 "내부 분위기는 긍정적이지만 재가동을 본격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발표될 지 살피고 있다. 재가동이 된다면 남북경협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신원을 비롯해 좋은사람들, 인디에프 등 패션·섬유 기업이 60% 이상으로 가장 많이 진출했다. 생산기업이 아닌 유통사로는 유일하게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한 BGF리테일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운영하는 매장은 매출적 측면보다 북쪽에 있다는 상징성,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제공 역할이 더 컸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이 공단 철수 직전해인 2015년의 점포매출(담배·주류 제외)을 보면, 일반점포 판매 1위상품이 '바나나우유'인 것과 달리, 개성공단에서는 '코카콜라'가 가장 많이 판매됐다. 이어 '초코파이', '신라면', '맥심모카믹스' 순으로 국내 점포와는 차이를 보였다. 즉석밥인 '햇반'도 판매 순위 9위를 기록했다.
 
 
"남북경협은 '포스트 사드' 마중물"
 
유통업계는 남북경협 무드가 곧 한중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돼 지정학적 부담을 털어내면 중국의 사드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지고,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조치도 완화되지 않겠냐는 기대에서다.
 
최근 들어 중국이 방한 단체관광 금지조치를 일부 해제하면서 유커 귀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관광객은 40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늘었다. 한중관계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경우 롯데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해 면세업계의 반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남북간의 대화 기류를 타고 사드문제의 부정적 반응들이 해소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단체관광 제한을 풀어주는 조치가 나오고 있는데, 관광이 풀리는 대로 인적교류도 재개될 거다. 보따리상뿐 아니라 기업차원의 무역이 늘어나는 등 선순환구조를 갖는다면, 유통산업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역대 최저인 25억원에 머물렀다. 올해까지도 공항점을 중심으로 사드 후폭풍이 지속되면서 1분기 영업이익(249억원) 역시 전년보다 36% 줄었다. 롯데그룹은 면세점뿐 아니라 대규모 적자상태인 중국 마트·슈퍼매각을 진행하는 등 어느 기업보다 사드 악재가 컸다.
 
아모레시픽그룹도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줄어든 탓에 지난해 주요 뷰티 계열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에서 화장품·향수 비중이 55%를 차지하는데,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를 등에 업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력을 높여왔다. 사드 국면을 겪으면서 면세점 내 외국산 브랜드 매출비중은 2016년 60%에서 지난해 69.4%로 높아졌다. 반면에 국내 브랜드 비중은 30.6%로 전년 보다 9.1%포인트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점유율은 1년 사이 21.4%에서 13.1%로 하락했다.
 
다만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컸던 만큼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화 연구위원은 "남북의 긍정적인 시그널은 한중관계 개선 물꼬를 트는 데 상당 부분 역할을 하겠지만, 사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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