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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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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후분양제, 누구에게 좋은거죠?

실수요자·무주택자·건설사? 다주택자는 몰라도...

2018-05-15 15:08

조회수 :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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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파트 후분양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시장? 실수요자? 투자자? 사람들! 반응은 둘로 나뉩니다. 환영한다는 쪽이 있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별 생각 없을 수도 있겠군요.(어쩌면 정책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 정부 지지자와 반대자라서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경우도 꽤 있을 것 같군요;;;)
 
먼저 제 생각을 밝히고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한때 확실한 후분양 지지자였지만 몇 년 동안 보고 느낀 결과 지금은 ‘선분양이 낫다’ 쪽입니다. 이것은 전셋집에 살면서 몇 번 부동산 투자를 해본 세입자 겸 투자자로서 내린 결론이기도 하고,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와 건설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하는 기자로서 내린 결론이기도 합니다. (미안하지만 다주택자의 사정은 별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후분양을 지지했던 이유는 단순명료합니다. 물건도 보지 않고 돈부터 내라는 분양제도가 매우 불합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이든 가치에 기초한 값을 예상해 보고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가치 있는 물건인지 그 가치의 값어치가 얼마인지는 물건을 봐야 알 수 있겠죠.
 
또 선분양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잦았고 끊이지 않고 뉴스로 보도됐습니다. 처음에 약속한 것과 다르다, 혹은 부실시공 같은 문제들. 분양할 때는 주변에 어떤 인프라가 세워질 거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건설사의 법적 책임에 속하지 않는 ‘뻥’ 같은 것들. 뉴스로 나온 게 그 정도면 뉴스로 보도되지 않은 경우는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러니 선분양제를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단초는 실제 경험에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무릇 재테크기자라면 그게 진짜 좋은지 나쁜지 직접 경험해 보고 투자자의 눈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직접 경험해 보고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주식투자는 기자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데, 부동산은 그렇지 않았어요.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라 경험할 기회가 없었죠. 내심 ‘분양 한번 받아본 적이 없는 놈이 무슨 아파트 분양이 어떻고 저떻고 좋고 나쁘고를 논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남의 입(전문가)을 빌리는 것도 그 말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누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한들, 모르잖아요.
 
그래서 10년 묵은 청약통장을 꺼내들었습니다. 청약을 하고 만약 당첨되면 분양권을 바로 팔아서 그걸 기사로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2009년의 일입니다.
 
때마침 나고 자란 광명시, 그중에서 가장 번화가였던 철산동에서 분양하는 단지가 있었습니다. 광명경찰서 맞은편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한 철산푸르지오하늘채였죠. 그리고 하필이면 이 단지가 후분양 아파트였습니다.
 
청약경쟁률은 그리 높지 않았고 당첨됐습니다. 그때 저는 “광명시에서 제일 좋은 자리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꿀꺽 삼킬 돈이 없었어요. 작은 평형으로 3억4000만원 정도였는데, 그 시절에 제게는 엄청난 돈이었죠. 제가 융통할 수 없는 돈이기도 했고요. 후분양이었기 때문에 길게 여러 번에 나눠서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 시간도 없고 해서 바로 중개업소에 내놓았습니다. 이틀만에 매수자가 나타났고 아주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여 매도했습니다. 계산해 보니까 10년간의 금리를 감안하면 복리이자도 안될 것 같은...
 
철산푸르지오하늘채 분양당시 조감도. 맨앞에 튀어나와 철산역에서도 가장 가까운 105동에 당첨됐지만 처분할 수밖에 없었...어흑ㅜㅜ

저 조감도에서 상단 꺾어지는 코너에 있는 동! 철산역과 가장 가까운 105동에 당첨됐지만....어흑ㅜㅜ 지금 시세는 6억원 정도 하더군요. 

아무튼 계획대로 실행했고 기사도 썼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느낀 게 있어요. 분명히 후분양 아파트인데 저는 공사현장을 지나치면서 다 올라간, 내부공사는 시작도 하지 않은 콘크리트 건물만 눈으로 흘낏 보고 분양을 받았다는 것이죠.
 
누구 한 명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각 층을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확인하고 분양받았다는 사람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을 눈으로 보고 사면 물건을 확인하고 산 게 되나요? 아파트의 하자는 입주하고 얼마 지나 눈에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은데요.
 
아마도 계획대로 시공이 됐는지 여부를 입주자 대표단 같은 데서 전문가를 고용해 확인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아파트 하자는 철근을 제대로 썼는지, 콘크리트 두께가 설계도대로 됐는지 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점검해도 하자는 발생할 것 같거든요. 물론 아파트가 거의 다 올라간 시점에서의 주변 인프라는 직접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지하철역, 도로, 마트가 생긴다 부류의 미끼는 “미뤄졌다” “될 것이다” “계획안이 국토부에 올라갈 예정이다” 등등의 ‘썰’로 커버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아무튼 후분양제의 가장 큰 장점인 ‘보고 산다’의 실제 효과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반면 이로 인해 잃게 되는 것들이 너무 아깝습니다.
 
가장 큰 것, 분양가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주택 후분양제가 의무화될 경우 건설사가 추가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연간 35조4000억~47조30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분양가가 3.0~7.8% 오른다는군요.
 
요즘 서울 어디에서 분양하든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은 다 넘는 것 같은데, 분양가가 6억원인 아파트라고 예를 들어보죠. 3%가 오르면 1800만원, 7.8%면 4680만원입니다. 그냥 앞뒤 쳐내고 대충 2000만원에서 4000만원 오르는 거네요.
 
선분양으로 인해 발생한 일부 세대의 하자를 복구하는 비용이, 모든 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저 인상가의 총액보다 클까요, 작을까요?
 
두 번째, 다른 뉴스에서 많이 언급된 부분인데, 청약자들이 분할해 내는 돈 없이 아파트를 지어서 나중에 분양하려면 그만한 돈이 있어야겠죠. 중소 건설사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돈입니다. 건설사들이 금융권에 손을 벌이더라도 은행들이 자금력 달리는 건설사들에게 돈을 빌려주겠습니까? 대형 건설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겠죠. 건설업계에도 양극화 바람이 불겠군요. 좋은 말로 하면 ‘능력이 부족한 업체는 시장에서 밀려나는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쯤으로 포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세 번째, 암만 대형 건설사라도 몇 개 사업장에서 동시에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남아 돌지는 않습니다. 공급이 감소할 거라는 얘깁니다. HUG 보고서에도 나와 있네요. 민간 공급 물량은 연평균 8만6000~13만5000가구가 감소한답니다.

안 그래도 2020년부터 공급감소는 예정돼 있었는데 후분양제 도입으로 더 쪼그라들면? 예,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뜁니다. 아파트 갖고 있는 분들이야 집값 오르면 좋겠지만, 지금 집값 잡겠다고 수많은 부동산 정책들 쏟아낸 것 아니었나요?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는지 계산기 좀 두드려 봅시다. 건설업체에게 나빠도 다주택자들에게 안 좋아도 실수요자와 무주택자들이 웃을 수 있으면 됩니다. 반대의 경우라도 경제상황에 따라 정책자들의 선택으로 누군가를 웃게 해주면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건 누구에게 좋은 건가요? 실수요자? 무주택자? 다주택자? 건설업체? 가격이 뛰면 다주택자에게는 좋을 것 같긴 하고, 어떤 면에서 대형 건설업체는 경쟁이 완화되는 장점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긴 있군요 -_-;
 
차라리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선분양제를 유지하되 애초 설계와 다를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게 규제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자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가 책임지고 보수하도록 A/S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주변 인프라 갖고 말장난 못하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달 말에 로드맵 나온다죠. 일개 기자의 의견이 윗분들 귀에 들릴 턱도 없겠지만, 세입자이자 투자자이자 실수요자와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모 기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뿐입니다.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많은 유권자 중 집값 오르는 것에 화내는 분들이 많을 텐데, 집값 때문에 노무현정부에 등을 돌렸던 장면과 오버랩 돼서 좀 착잡합니다)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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