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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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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밴드유랑)아이리쉬 뮤직에 빠져 온 20년의 세월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뮤지션 루빈②

2018-05-14 14:46

조회수 :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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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권익도의 밴드유랑)'루빈'이란 음악…관습 탈피 꿈꾸는 '보편의 정서'
 

사실 ‘어린이대공원’이란 인터뷰 장소를 들었을 때,
나는 공원 내의 산책길을 한 바퀴 도는 그림을 상상했었다. 뮤지션들은 대체로 악상을 떠올리거나 음악 영감을 얻을 때 줄곧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돈하곤 하니까. 

“어린이대공원 내에서 생각하고 계신 장소가 있나요?”

라고 묻고 공원 산책로로 향하려던 찰나,
루빈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하더니 정사각형의 네모난 그림을 불쑥 꺼내 민다.

“이 곳을 배경으로 제 첫 앨범이 만들어졌거든요. 앨범 커버도 이 쪽(회전목마를 가리키며) 각도로 찍었어요. 대관람차는 이제 없어져 버려서 아쉽지만요…”

어린이대공원 내에서도 ‘놀이공원’이 그의 음악 출발점이 된 공간이었다. 기타를 들기 시작하던 20살 무렵 정적이고 포근한 정취 덕에 이 곳을 참 많이도 찾았다. 우린 놀이기구들을 뒷 배경으로 삼을 수 있는, 나무의자가 모인 적절한 장소에 걸터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내가 루빈이란 뮤지션을 알게 된 건 아이리쉬 포크 음악을 하는 ‘바드’라는 밴드 때문이었다. 이 밴드에 소속됐던 루빈은 동료 뮤지션 박혜리와 함께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음악들로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일랜드 말로 바드는 ‘음유시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바드의 곡을 듣다 보면 하프나 작은북 연주를 하는 요정들이 튀어나올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니, “음악을 좋게 들어주셨다니 고맙다”며 겸손하게 웃는다.

“아이리쉬 휘슬과 아이리쉬 플룻, 아코디언, 만도린, 바우런. 이런 아일랜드 전통악기들을 주로 쓰면서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려는 그런 지향점이 있던 밴드였어요. 바드로 활동할 때에는 유럽 페스티벌에 초청도 많이 받아서 해외 공연도 많이 갔었죠.”

아일리쉬 스타일의 음악을 하다 보니, 틈틈이 여행 겸 아일랜드도 많이 갔었다. 인상적이었던 경험을 묻는 말에 4년 전 아일랜드의 한 페스티벌 기억을 얘기해 준다.

“페스티벌을 보고 돌아오는 근처 호텔 로비에서 뮤지션끼리 잼이 벌어졌어요. 한 명씩 자기 곡을 부르고 같이 연주하고 화음을 넣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관객으로 간 거라서 좀 지켜봤는데, 갑자기 제게 노래를 시키더라고요. 고민을 좀 하다가 제 첫 음반 수록곡 ‘나에게 안녕’이란 곡을 한국말로 불렀어요. 생소한 언어여서 그랬는지 삽시간에 고요해지더라고요.”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 속 바드의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소리도 안내고 너무나 열심히 경청을… 해주셨어요. 눈감고 듣는 사람도 있고 기타에 기대서 듣는 사람도 있고,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고, 들어주시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언어는 모르더라도 음악으로 다 내용을 다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아일랜드 뿐 아니라 틈날 때마다 세계 곳곳으로 여행 겸 공연을 떠나기도 한다. 아이슬란드와 이탈리아, 멕시코에 이어 앞으로는 일본도 계획 중이다. 음악 외에 반려견과 맥주, 친구, 여행이 전부라고 말하는 그에게 인간다움이 엿보였다. 

“맥주 마시고, 떠들면서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알딸딸한 기분으로 음주공연을 많이 하기도 한답니다. 이번에도 사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볼까 했었는데요. 술은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없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고 좌절 중이에요.”

인터뷰가 끝나고는 놀이기구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이 이어졌다. 봄날의 햇살 만큼이나 밝게 임해주었다. 촬영이 끝나고는 “다음에도 여기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꼭 먼저 놀이기구를 타고 시작하자”고 다짐하며 함께 웃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조은채 인턴기자가 함께 동행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함께 어떤 그림을 담을까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저작권은 뉴스토마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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