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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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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삼척주민 절반이 미세먼지 뿜뿜 석탄화력발전소를 원한 이유

아파트→화력발전소→LNG→주식투자로 넘나들기

2018-05-09 13:54

조회수 : 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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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강원도 얘기를 했는데, 한 번만 더 이어 볼까요? ^^;;;
이번엔 삼척 얘기입니다.
 
지난해 봄과 여름에 삼척에 다녀왔습니다. 봄엔 그냥 바람 쐬러. 여름엔 여행 겸해서. 강원도에 자주 다닌 편인데 강릉 아래쪽으로는 잘 안다녔거든요. 드라마 <모래시계>로 정동진이 떴을 때 몇 번 가본 정도? 그때는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밤기차 타고 해돋이 보러가는 게 인기였으니까. 그동안 삼척은 지나치기만 했지 가볼 생각을 못하다가... 늦었죠.
 
옆에 동해시가 산업도시 느낌이라면 삼척은 살짜쿵 산업도시 느낌에, 전형적인 지방도시 느낌에, 휑한 관광지 느낌이 버무려진, 뭔가 오묘한 느낌이더군요. 삼척해수욕장 저편에 들어선 쏠비치 리조트를 보면 삼척이라는 레이어드 위에 리조트 레이어드를 한 장 더 얹은 느낌이에요. 일종의 이물감?
 
하는 일이 일인지라, 출장을 가든 여행을 가든, 멀리 가면 대충이라도 그 동네를 둘러보는 편입니다. 삼척에서는 아파트가 몇 단지 모여 있는 어느 동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렸어요. 단지가 모여 있는데도 단지 앞에 중개업소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두 바퀴를 크게 돌아 어느 아파트 단지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중개업소를 두 곳 봤는데 그마저도 한 집은 그날 문을 열지 않았고. 거래가 없다는 뜻이겠죠, 아마?
 


사진은 교동에서 분양했던 이편한세상입니다. 구축이 많은 동네에서 분양한 아파트라 당시에는 관심을 끌었던 것 같은데, 입주가 시작된지 두어달 지난 지금은 로얄동 로얄층에도 프리미엄은 붙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마이너스 피도 있겠죠.

제가 갔던 아파트가 이편한세상은 아닙니다. 서울에서 집 보러 왔다고 말하고 투자할 만한 물건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중개업소에 취재 왔다고 소개해봤자 반겨주는 곳 거의 없습니다. 현장에 취재 다닐 때 저는 늘 투자자입니다^^;;) 부부인지 동료인지 모를 50~60대 남녀가 계셨는데 두 분 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별 말씀이 없어요. 재차 물으니까 있긴 있는데 투자할 만하지가 않다고 설명하십니다.
 
시세만 보면 지방 아파트답게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작습니다. 2000만원 정도면 소형 아파트를 살 수 있었죠. 그런데도 떨떠름한 것을 보면 아마도 외지인이 투자하러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 수 있죠. 먼 데 외지인이 투자하면 보통 중개업소에 여러 가지 일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세입자가 요구하는 것들도 웬만하면 중개업소에서 해결해줘야 하고. 집주인이라고 있어봤자 돈 들어가는 일 좋아할 리 없어 중간에서 입장만 곤란할 거고. 집주인은 매입만 해놓고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니까요. 중개수수료 얼마 벌자고 이런 손님을 잡는 것이 싫을 수도 있습니다.
 
마땅한 물건이 없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그냥 나올 수는 없고 동네 얘기로 화제를 돌렸어요. 그때 제가 어디에서 삼척지역 발전소 얘기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삼척에 포스파워가 화력발전소를 세우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발전정책을 재검토하면서 이게 틀어질 위기에 처했던 거죠.
 
중개업소 사장님께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런 상황이라고 하시더군요. 정부는 LNG발전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해당 기업과 주민들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포스파워는 돈이 더 들어가야 되니까 싫은 게 당연한데 주민들은 왜 반대할까 궁금했습니다. “LNG 발전소 들어오면 환경오염도 적을 거고 화력발전보다 그게 낫지 않느냐”고, 잘 몰라서 할 수 있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화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인원이 LNG발전소보다 훨씬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제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삼척은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입니다. 행안부에서 확인한 4월말 현재 인구는 6만8728명. 잠실2동이랑 3동 인구 더하면 7만명이 넘는 것 같던데. 별다른 생산기반이 없으니 사람들이 자꾸 빠져나가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속초처럼 투자바람이 분 것도 아니고. 고작 쏠비치 들어섰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삼척시에게 화력발전소 유치로 인해 유입될 인구는 쩍쩍 갈라진 논에 물을 대는 것과 같은 의미겠죠. 게다가 삼척은 이 화력발전소 외에 핵발전소 유치도 도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주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사장님 말을 빌리자면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도 이런 기사가 났었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30/0200000000AKR20180330046100004.HTML?input=1195m
 
화력발전소도 이렇게 된 마당에 핵발전소는 입도 뻥긋 못하게 됐겠죠. 2012년에 예정지역으로 박았던 원전 고시는 해제 절차를 밟을 것 같습니다.
 
http://www.g1tv.co.kr/index.php?type=news820&page=1&nth=0&viewNum=184938
 
뉴스를 검색해 보니까 고민과 갈등 끝에 지난 1월에 원안대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로 결론 난 것 같습니다. LNG발전으로 돌아서는 줄 알았는데 매몰비용 등을 어쩔 수는 없었나 봅니다. 예상대로 반대했던 분들은 서울로 올라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하네요. 시청 홈페이지 보니까 지난달에 발전소 들어설 지역에 대한 토지보상 공고를 냈군요.
 


참! 포스파워는 포스코에너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고, 포스코에너지의 지분 약 75%를 포스코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포스코가 짓는다, LNG로 돌리면 포스코가 안할 거다”라고 말을 했던 겁니다.
 
정부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1563억원을 지원하고, 포스파워도 지역에 5680억원을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석탄 태워 나오는 미세먼지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미세먼지보다 죽어가는 지역경제가 더 문제라면 화력발전하자고 외칠 수도 있는 거겠죠. 돈이 도는데 그곳 주민이 아닌 외부인이 “옳다, 그르다”고 말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http://www.fnnews.com/news/201801250905413288
 
에...또...
삼척에는 화력발전소만 들어서는 것이 아닙니다. 태양광발전소도 많은가 봐요. 요즘 농촌마을 가면 태양광발전이 없는 곳이 없다고는 하는데 삼척은 유독 많고 규모도 큰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큰 산불이 난 적이 두어 차례 있는데 그 자리에 짓기도 하나 봅니다. 아래 뉴스에는 많다는 얘기만 있지만 너무 많다고 문제 제기한 뉴스도 있습니다.
 
http://www.kado.net/?mod=news&act=articleView&idxno=904448

아무튼,
삼척과 LNG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이 저때부터였을 겁니다. 지금도 삼척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꼭 아파트 투자가 아니라도 뭔가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뒷꼭지가 쌔하다고 하죠.
 
사실은, 여름휴가 때 삼척에 다녀온 뒤로 엉뚱하게도 LNG에 대한 관심이 커져 공부하다가 LNG 관련주를 매수해 올해 초 관련주가 뛸 때 이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LNG라는 키워드가 에너지정책과 지역경제와 부동산시장, 크게 보면 대미무역과 대북교류와, 결론적으로 주식투자에 맞닿아 있더군요. 이를 통해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재테크는 영역 없이 마구 넘나들다가 생각지도 못한 데서 시작되기도 한다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삼척 인근 어느 바닷가에서 2000년대 초중반 제주도 월정리와 세화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제주도 핫플레이스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죠. 미래를 누가 알겠어요^^ (중개업소에 물어봤는데 그쪽 바닷가에는 매물로 나온 땅이 아예 없다고 하네요;;;;;)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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