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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일상이 뉴스다)유보통합에 어린이집을 떠나야하는 교사들

유보통합 위해 4년제 대학 나오려면 한달간 실습과정 필수

2018-05-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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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내년에 그만둘 것 같습니다"

오래전 취재로 알게된 후 종종 어린이집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울분을 토해내던 어린이집 교사가 던진 한마디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취재원이 사라지게 된다는 생각에 아쉬워 이유를 물었고 그는 모순되는 대답을 내놓았다.

"어린이집 교사를 더 하고 싶어서요"


조만간 당신의 어린이집 담당 선생님이 난데없이 그만둘 수도 있다.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을 합치는 이른바 ‘유보통합’ 때문이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구가 각각 관할하고 있다.

유보통합은 이 두 소관부처를 통일해 유아교육을 일관되게 한다는 정책이다.

약 20년 동안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교육부와 보건부의 밥그릇으로 번져 지지부진한 상태다.

어린이집 업계에서는 유치원 교사의 경우 대학교육 과정에서 보육과정을 배우기 때문에 유보통합이 이뤄지면 교육부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유보통합이 이뤄지면 어린이집 교사들은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4년제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정교사 2급의 자격을 얻어야 하지만 보육교사 3급의 경우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교육훈련시설에서 소정의 교육과정만 수료해도 발급된다.

그들의 예상대로 교육부가 주도권을 잡게 되면, 4년제 대학의 관련 학과를 나와야 교사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력이 오래된 어린이집 교사들 가운데에는 전혀 다른 과를 나와 보육교사자격증만 취득해 일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발 빠른 어린이집 교사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방송통신대학교 등 해법을 찾고 있다.

문제는 유아보육학과 등 졸업을 통해 정교사 2급 자격을 받을 수 있는 학과들은 반드시 졸업 전 한달간 유치원에서 실습을 받아야 하는 점이다.

때문에 어린이집 교사들이 3년간 직장과 학업을 병행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졸업을 위해 한달간 어린이집을 그만둘 수 밖에 없다.

‘휴직계를 내면 되지 않냐’라는 일반적인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이 어떤 곳인가?

개인적으로 은행에 갈 시간도 허용되지 않는 곳이 바로 어린이집이다.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선생님에게 사표를 받는 걸 본 적도 있다. 한달간의 휴직은 말도 안되는 사치다.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통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피해 없이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유보통합이 이뤄지면 어린이집 교사들은 어떻게 될까? 사진/뉴시스

유보통합이 이뤄지면 어린이집 교사들은 어떻게 될까? 사진/뉴시스

<오늘의 교훈>
유보통합은 좋지만 통합해야 하는 사람들도 생각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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