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전드. 사진/에이아이엠)
2018년3월16일|봄비 오던 밤|관객과 함께 한 '슬로우 댄스'
어떤 해의 어떤 계절을,
나는 명멸하는 찰나의 순간으로 '찍어' 기록해두는 편이다.
특히 '시간예술'이 펼쳐지는 공연장에서의 광경들은
조금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그 날의 날씨와 공연장 공기, 조명, 뮤지션의 목소리와 퍼포먼스, 관객들의 함성까지.
이곳 저곳
점묘법처럼 찍히고 만들어지는 기억 조각들이
그 해의, 그 계절을 하나의 멋진 그림으로 완성시켜준다.
"오늘 밤, 저와 '슬로우 댄스'를 한번 춰보실 분?"
올해 봄은 이 청유형 질문이 전부가 될 것 같다.
존 레전드는 공연 중 관객을 무대로 초청했고
매너쉽을 발휘하며 로맨틱한 춤을 함께 췄다.
무릎을 꿇고 겉옷을 벗어 던지더니
관객과 손을 맞잡고 춘 그야 말로 '느린 댄스'.
4000명이 모인 장내에 부러움과 탄식이 가득 했다.
"존 레전드는 인터뷰를 왜 안해요?"
공연 전 관계자에게 묻자,
'공연'에만 집중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목 상태를 고려해 자신의 전세기를 타고 이날 들어 왔다는 설명도 듣게 됐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보게 된 공연에서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관객과 함께 춤을 추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은
그곳을 찾아와 준 모든 이를 위한 정성이자 배려였다.
비가 촉촉히 오던 올해의 봄밤은
'존 레전드'라는 점묘화로 기억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