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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잡학사전)약이 되는 독 '보툴리눔 톡신'…'보톡스'로 더 유명

미국 기업 앨러간 제품명 대명사화…사시·눈 근육 경련 치료목적이 시초

2018-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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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근육 수축 주사제로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은 오늘날 주름살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미용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툴리눔 톡신'이라고 하면 어떤 것을 일컫는지 한 번에 떠올릴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보톡스'라고 하면 단번에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이지만 보톡스는 미국 기업 앨러간이 보툴리눔 톡신을 주성분으로 출시한 제품의 이름이다. 지난 2002년 주름살 개선용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내면서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접착용 셀로판 테이프와 접착 메모지가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으로 불리는 것처럼, 해당 제품군에서 인지도 높은 특정회사의 제품이 일반명사처럼 자리잡은 경우다. 앨러간의 보톡스는 전세계 보톨리눔 톡신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역시 2000년대 중반까지 보톡스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사의 제품을 전량 수입해 사용했지만 지난 2006년 메디톡스가 국내 기업 최초의 보톨리눔 톡신 '메디톡신'을 출시한데 이어, 휴젤 '보툴렉스(2010년)', 대웅제약 '나보타(2014년)' 등이 잇달아 시장에 나오면서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장 절대강자인 앨러간보다 인지도는 낮지만, 합리적 가격을 무기로 앞세운 국산 보툴리눔 톡신들은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내 점유율은 국내 3사가 약 80%의 합계를 보이고 있고, 앨러간이 10% 수준을 기록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 세계 절대강자로 꼽히는 앨러간을 밀어낸 국산 기업은 해외 시장의 진출 역시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 보툴리눔 톡신 수출을 달성하며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은 1억2927만달러(약 1422억원)으로 전년(약 601)억원 대비 136%나 증가했다.
 
보툴리눔 톡신이 주름살 개선 등 피부미용에만 쓰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시작은 치료가 목적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사시와 눈꺼풀 경련을 치료하는 약물로 사용돼온 보툴리눔 톡신은 근육경직과 파킨슨병 치료에도 사용돼왔다.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 역시 눈 경련 치료를 위해 찾아온 환자에게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해 눈 주위 주름살이 없어진 것을 우연히 발견한 1990년대에 이르러서다.
 
보툴리눔 톡신은 '톡신'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래는 독소다. 흙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가 만들어 내는 신경 독성 물질이 보툴리눔 톡신이다. 하지만 피부 미용으로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이 치명적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피부과 및 성형외과에서 사용하는 보톡스 한병은 100U다. 보톡스 주사에 의한 치사량은 70kg 성인을 기준으로 약 2800~3500U인 만큼 미용 목적의 시술 주사로 독성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지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다른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보툴리눔 톡신 역시 잘 사용하면 약이 되고,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나친 사용을 권장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이지만 보톡스는 미국 기업 앨러간이 보툴리눔 톡신을 주성분으로 출시한 제품의 이름이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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