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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느긋한 조현민, 고민 깊어진 경찰

검찰 영장청구 신청 반려…피해자들 '처벌불원'에 재신청 난항

2018-05-0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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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물벼락 갑질 폭행’ 피의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신청이 반려되면서 경찰이 즉각 재신청 방침을 밝혔지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신영식)는 4일 "조 전 전무의 폭행 등 사건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접수했지만 불구속 수사할 것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전무의 주거가 일정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점, 현장 녹음파일 등 관련 증거가 이미 확보된 점 등에 비춰볼 때 현재로서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수폭행죄 적용 어려울 듯
 
경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하면서 조 전 전무와 관련한 핵심 의혹인 특수폭행 혐의를 제외했다. 당초 제기된 의혹은 조 전 전무가 최근 광고대행 업체와의 회의 도중 업체직원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한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고함을 지르고 유리컵을 직원에게 던졌다는 것이었다.
 
유리컵을 직원에게 던졌다는 것은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사람에게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것으로, 형법상으로는 특수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법상 단순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특수폭행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된다.
 
국민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건인 만큼, 경찰은 지난 17일 조 전 전무를 입건하면서 일단 '단순 폭행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조 전 전무의 사건 당시 행위가 특수폭행죄에 해당하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조 전 전무는 지난 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해 “사건 당일 유리컵을 던진 것은 맞지만, 사람이 없는 쪽으로 던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영장청구 직전까지 증거인멸 부분과 함께 특수폭행 여부를 검토했지만 이번 영장청구 신청에서 특수폭행 혐의를 포함하지 않은 것을 보면, 조 전 전무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도 지난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회신 받은 디지털포렌식 결과 피의자 조 전 전무 등의 휴대전화에서 문자 등이 삭제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쪽으로 던진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해석상 상당한 논란이 있다.
 
'물벼락' 폭행죄도 '공소권 없음'
 
게다가 음료수를 맞은 것으로 확인된 피해자 2명이 최종적으로 조 전 전무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른바 '처벌 불원'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폭행죄 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형법상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기소하지 못한다. 
 
남은 것은 조 전 전무가 폭언·폭행 등 난동으로 광고대행 업체의 업무인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다. 하지만 이 역시 구속요건을 충족할 만큼 중대한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한 결정적 이유는 조 전 전무와 대한항공 측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 때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조 전 무가 범행에 대해 변명하는 등 부인하고 있으나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녹음파일 등 수사 사항을 종합 검토한 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포렌식 결과 대한항공 측에서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피해자 측과 접촉·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 증거 찾기에 주력 전망
 
경찰은 조 전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재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 반려 직후 "충실히 보강 수사해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핵심 의혹인 특수폭행 혐의가 증거가 추후 확보되지 않는 한 경찰은 조 전 전무의 증거인멸 시도를 뒷받침 하기 위한 보강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 등에 관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2일 새벽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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