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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삼성바이오 사태', 금감원 사과가 먼저다

2018-05-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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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 금융감독원의 결정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는 분명 문제가 있다.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 말은 요즘말로 '실화'는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 누구에게서도 나올 수 없는 말이지만 반대로 꼭 필요한 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적법성을 둘러싼 당국과 회사의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분류한 것이 과연 적법하냐는 것이다. 금감원은 불법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법을 주장한다.
 
여기서 빠진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판단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금감원 회계조사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하기 전인 2016년 5~6월 지분법 전환 이후 회계처리에 대해 관련사항을 확인했다.
 
이후 10월에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위탁을 받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감리했고, 이 과정에서 중요성의 관점에서 회계기준에 위배된다고 인정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당시 금감원의 수장이었던 진웅섭 원장도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문제 없다고 직접 밝혔다. 결국 금감원은 2년만에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아직 금융위의 결정이 남았지만 과거 경험을 비춰보면 금융위가 금감원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금융위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문제 삼는다면 행정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물론 행정소송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은 금감원의 해명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사태의 전환점이 된 지난해 4월이 정권교체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의 개입을 직접 인정한 황전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금감원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새 정부들어 금감원은 수장이 몇달 사이 두 번이나 낙마하며 진통을 겪었다. 게다가 채용비리와 음주운전, 차명계좌 등 임직원 비위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이 아무런 의혹 없이 마무리된다면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금감원의 부정적인 인식을 반전시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금감원은 과거의 결정을 뒤집은 배경에 대해 명백히 해명하고 과거의 판단을 사과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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