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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잠적한 그 남자의 속사정

2018-04-30 09:46

조회수 :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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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이 글은 취재 실패담이다.


 


지난 달 초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투 운동이 한 창이던 시기다. '미투' 폭로를 하겠단 연예인이 있다고 했다. 워낙 다양한 계통의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가 쏟아진 시기였다. 쏟아진 미투 폭로 중에는 기사화 되지 못한 것들도 상당하다.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기사화를 할 수 없음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제보 아닌 제보를 받은 내용은 놀랍게도 가해자가 여성이었다. 사회 통념상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한다는 것에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가 관건이었다. 대강의 내용을 전해 듣기로는 '위계에 의한 강압성'이 성립됐다. 법적인 자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상식 선에서 분명했다.


 


이후 몇 차례 접촉을 통해 그는 고백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난 아직 이 일을 해야 한다' '만약 기사화가 된다고 해도 내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 분이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내가 이 세계에 남아 있지 못하게 할 힘이 있다'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몇 차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얼마 전부터 잠적했다. 연락처를 바꾼 듯 했다. 제보를 해 준 지인과도 연락을 끊은 듯 했다. 그가 속한 업계 관계자들과 섣불리 접촉하기도 불가능했다. 사실 확인이 된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 하나 만으로 한 사람을 '성범죄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었다. 더욱이 가해자가 여성이었다.


 


이 글을 쓰기 직전 그리고 하루 전 그와 마지막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제보자와 만나 접촉을 시도했다. 기자인 나와는 직접 통화가 부담이 된다며 제보자와 긴 통화를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심적인 피해를 봤지만 아직은 이 계통에서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그의 업계 파워가 어떤 식으로 내게 또 다른 피해로 올지 모른다' 며 취재를 거부했다.  


 


뜨겁게 불타올랐던 '미투'다. 아직도 '미투'는 수면 아래에서 숨을 쉬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에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중이다. 씁쓸하다. 우리 사회의 단면에.


 


사진: 게티이미지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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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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