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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금순이를 부탁해

2018-04-25 22:05

조회수 :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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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길에서 구조한 금순이.

일요일 저녁 미사를 드리라 가기 전, 발견했다.

미사 보는 내내 오랜 지인에게 탁묘를 요청했고, 고맙게도 흔쾌히 받아주셨다. 금순이는 운이 좋게도 구조한 당일, 서너시간 만에 탁묘자의 품에 안겼다. 게다가 지인께서 함께 지내는 냥딸과 잘 지내면, 입양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거짓말처럼, 입양 문제가 술술 풀려 신기했다. 

행복은 아주 잠깐이었다. 

금순이는 이번주 토요일에 눈을 감는다고 한다. 복막염이라는 고약한 병에 걸려,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힘들단다. 안락사를 하는 게, 그 아이를 편히 보내주는 길이라고 금순이의 보호자가 침착하게 알려준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일년인데, 떠나야 한다니. 

내가 금순이인 것마냥 서러워서, 월요일 밤 퇴근길에 펑펑 울었다. 금순이의 고통을 덜어주는 게 맞는 건지, 눈을 감기 전까지 연명하도록 두는 게 맞는 건지. 토론 혹은 논술의 단골 주제였던 안락사가 내 눈앞의 현실로 닥치니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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