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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이제는 공동번영이다)땀으로 일군 남북경협 역사 "재개되는 그날 꿈꾼다"

1989년 정주영 회장 방북 시초…"물류비용·근로자 성실성 등 장점"

2018-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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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남북 경제협력의 역사는 지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 경협 기업인들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업 재개를 꿈꾸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따르면 1989년 1월26일 효성물산이 북한산 전기동 200톤(66만 달러 상당)을 처음으로 반입한 것이 남북 경협의 시초다. 같은 달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공식 방문해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차원의 대북 교역도 시작됐다. 1989년 본격 대북사업을 시작한 김영일 효원물산 회장(남북투자기업협의회 회장)은 25일 “시멘트를 시작으로 다뤄보지 않은 상품이 없다”고 회상했다. 전두환정부 시절 우리 측이 수해를 입자 북측이 시멘트를 지원해줬던 것에 착안했다. 1990년대 초부터 대북사업을 시작한 해중실업 권대원 대표도 한약재를 시작으로 장류로 사업범위를 다변화했다. 권 대표는 “당시 정부 방침은 ‘뭐든지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며 “기업들 회의에 관세청을 비롯한 관계기관 간부들이 참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김 회장은 “시멘트 운송을 위해 배를 빌려 해주항으로 보냈으나 항구가 작아 접안이 쉽지 않은 문제, 운송비 문제 등이 겹치며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다음 사업 품목이었던 냉동명태의 경우 원산지를 의심하는 우리 세관이 ‘북측에서 증명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통에 통관이 6개월이나 늦어지면서 다시 한 번 적자에 시달렸다. 권 대표도 “콩나물 콩을 들여왔는데 통관 문제를 빌미로 우리 세관과 통일부, 농림부 등으로 업무가 돌았다”며 “몇 차례 항의한 끝에 통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타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사업을 이어갔다. 그 사이 1998년 6월 정주영 명예회장의 판문점 소떼 방북과 그 해 11월 금강산 관광 개시 등의 굵직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사업 규모도 갈수록 늘었다. 현대아산의 경우 2007년 기준 매출액 2555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개성공단에 투자한 액수도 사업권지불료와 시설투자액을 포함해 12억5000만달러(1조3500여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과 2010년 5월 5·24 조치,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등이 이어지면서 해당 사업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권 대표는 “발표(5·24 조치)가 나기 직전 통일부에서 ‘빨리 북한에 있는 물건이나 선 집행된 선수금 등을 가져오라’는 언질은 줬다”면서도 “현지에 투입된 생산설비와 부패 위험으로 가져오지 못하는 원료는 그대로 놔둘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나마 국내로 들여온 된장·고추장 판매가 신통치 않은 문제까지 겹쳤다. 어디선가 ‘5·24 조치로 대북 교역길이 막혔는데 어떻게 북한 제품이 팔리냐’며 신고를 해 경찰 보안과에서 수 차례 찾아오기도 했다.
 
대북사업의 중추 역할을 한 현대아산의 피해는 극심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직전 1084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올해 1월 기준 150명으로 줄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관광 중단 후 누적된 매출손실 추정액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추산하는 공단 기업들의 피해액 규모도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사업재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변재용 중소기업중앙회 통일경제정보팀장은 “서울에서 개성까지 1시간30분 거리여서 물류비가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적은데다 언어가 통한다는 점, 우리민족 특유의 성실성은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가 다른 곳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도 기업인들이 꼽는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제협력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반도가 안고 있는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내려가면 외국 자본가나 기업들이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우리 경제의 신용도 상승과 금융시장 안정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경제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창출까지 된다면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가운데)이 지난 1998년 6월 소떼 방북 뒤 귀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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