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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서울시 '사각지대 10대 여성' 지원조례 제정

다음달 3일 공포·시행…성폭력·성매매 노출 위험 제거

2018-04-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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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중학교 1학년 때 첫 가출을 경험한 A양(16)은 처음에는 가출 청소년 보호 쉼터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호자 연락이 필수인 데다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핸드폰 사용 제한 등 관련 규칙들이 버거워 이내 쉼터를 떠났다. 이후 A양은 숙식 해결을 위한 성매매를 했고, 이때부터 가출과 귀가, 재가출이라는 악순환을 겪어야 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사각지대에 놓인 10대 여성을 지원하는 내용의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시는 다음달 3일 ‘서울특별시 위기 십대여성 지원 조례’를 공포·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10대 여성의 경우 성매매와 성폭력 등 위기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지원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어 이번 조례를 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위기 청소년 쉼터나 상담소는 보호와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다수의 청소년들은 쉼터 입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줄곧 다양한 유형의 이용시설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성매매와 성폭력에 노출된 10대 여성은 임신 및 여성질환 발병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기존 법으로는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 현재 가출한 10대 여성 상당수는 생계형 성매매에 빠지거나 반복적인 가출로 매번 위험에 노출되는 실정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가출한 10대 청소년 중 18.3%는 성매매 경험이 있으며 대부분 숙식해결을 위한 생계형 성매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회 이상 재가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83.8%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건강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나 학업과 일자리를 동시에 지원하는 자립지원 시설은 부족하다. 
 
시는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10대 여성의 건강을 비롯해 교육, 자립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원에 필요한 별도 사항이나 시책추진을 규정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에 나선다. 또 위기 10대 여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 정책 대상자를 명시했다. 조례에 따르면 ‘위기 10대 여성’은 가출 및 성매매 피해 경험이나 가정문제, 학업수행 또는 사회적응 어려움 등 건강한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10~19세 이하인 여성으로 규정했다. 
 
이밖에 시는 현장상담 및 긴급구조, 일시보호 및 상담 지원, 질병치료 및 성·건강 교육, 생리대 및 일반의약품 지원, 학업 및 일자리 등 자립지원 등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에 진행 중인 ▲늘푸른교육센터 ▲일시지원센터 ▲가출 청소년 성매매 특별전담실 ▲청소녀건강센터 ▲현장상담 ▲소녀돌봄약국 ▲찾아가는 성매매 예방교육 등 관련 사업도 이어간다. 
 
윤희천 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위기 10대 여성 지원정책은 제도가 현장의 욕구와 실태를 빠르게 반영하지 못해 뒤쳐져 있는 대표적 사례”라며 “이번 조례 제정은 전국 최초인 만큼 다른 지자체에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숭덕여고 학생들이 '가출 청소녀의 성매매에 대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합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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