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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순환출자 해소 선언에 재계 한숨 돌렸다

지배구조 개선 큰 산 넘어…금산분리 등 다음 차례도 대기

2018-04-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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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사실상 순환출자 해소를 선언하면서 재계는 한시름을 놓게 됐다. 김 위원장의 계속된 압박에, 그동안 꿈쩍 않던 삼성과 현대차도 백기투항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현대차가 지난달 28일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이 나머지 4개 순환출자 고리를 조만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장벽이 사라졌다.
 
현대차는 이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적 없이 순환출자 문제를 무난하게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발표했을 때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얼마 전 외신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긍정적으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 반응이 계속해서 호의적인 것에 주목했다.
 
전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를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판도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엇의 요구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사 체제 전환,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상향 조정, 이사회 구조 변경 등이 골자다.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현대차의 개편 방안과 다른 것으로, 시장에서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이익 실현을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도 "엘리엇의 지분이 1% 정도에 불과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삼성도 차질 없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공정위가 어떤 제재 방안을 내놓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남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빠르게 해소하자는 게 내부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법에 따르겠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구체적 로드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개혁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큰 산을 넘은 재계는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난제들에 직면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보유 지분에 비해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재벌기업 총수를 견제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금융당국이 연일 삼성에 금산분리 공세를 퍼붓고 있는 점도 재계로서는 부담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회사 스스로 자발적이고 단계적인 방안 마련을 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자발적으로 처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최 위원장은 앞선 20일에도 같은 의미의 발언을 해 삼성을 긴장시켰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오는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점도 재계를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존의 거수기를 벗어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뜻한다.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기관의 의결권 행사 확대로 재벌개혁이 기존보다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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