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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슈퍼박테리아 '비상'…국내 대응책은

제약업계 "슈퍼항생제 낮은 시장성 부담…제도적 지원 필요"

2018-04-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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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항생제의 잦은 사용에 내성이 생긴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항생제 경쟁력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적 대책 마련 움직임에 맞춰 국내 역시 이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오는 25일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글로벌 항생제 연구개발 비영리 국제단체(GARDP)'를 소개하고, GARDP가 추진 중인 항생제 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기업체를 파악하기로 했다.
 
최근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에 대처할 수 있는 신약 개발 필요성이 전세계적으로 대두되면서 제약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는 판단에서다. GARDP는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 협력 국제단체로, 국가 및 민간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항생제 개발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있다.
 
협회는 국내 제약업계가 GARDP 파트너십에 참여할 경우 경제성과 공공성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협회 관계자는 "세계적 공중 보건 문제로 대두되는 항생제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해 혁신 신약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외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활용해 해외진출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70만명 가량이 매년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고 있다. 오는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으로 사망인원이 치솟아, 그 치료비용만 100조달러(약 10경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약제 개발이 촉구되는 상황이다.
 
국내 역시 최근 이대목동병원 감염 사태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표적 다제내성균(여러개의 항생제가 동시에 듣지 않는 균)인 '파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신고가 최근 10개월 새 8000건을 돌파한 상태다.
 
국내 주요업체 가운데선 동아ST와 레고켐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할 수 있는 슈퍼항생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ST는 내성균 피부감염 치료 목적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를 개발해 이미 지난 2014년 미국, 2015년 유럽에서 허가를 받고 현지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적응증을 폐렴으로 확대해 글로벌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는 다제내성 결핵을 적응증으로 한 치료제 'LCB01-0371'로 지난해 미국 FDA로부터 감염질환제품인증(QIDP) 승인을 획득한뒤, 올해 신속심사 대상의약품으로 지정됐다. FDA 허가를 받을 경우 향후 12년의 시장 독점권을 부여받게 된다. 국내에서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세파계열 항생제인 'LCB10-200'의 경우 전임상 단계를 진행 중이지만, 미국국립보건원이 주관하는 항생제 임상개발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임상 1상을 위한 비용을 지원 받기로 한 상태다. 이밖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CG400549'의 미국 임상 2a상을 완료하고 기술이전을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업체 개발 움직임에 비해 신규 항생제의 국내 진입장벽은 높다는 게 업계 주된 목소리다. 필요시 곧바로 쓸 수 있는 해외에 비해 1·2차 치료제 등 순차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절차적 문제를 비롯해 작은 시장 규모, 낮은 보험약가 등은 국내외 개발사 등이 국내 시장 진입을 꺼리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4~2017년까지 총 6개 항생제가 FDA 허가를 획득했지만, 국내 시판 중인 제품은 없는 상태다. 국내사인 동아ST의 시벡스트로 역시 시장성을 이유로 국내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의 경우 항생제 시장 자체가 활성화된 편이 아닌데 주로 해외사 제품이 많은 슈퍼항생제 분야의 경우 국내에서 보험약가가 높게 책정되기 쉽지 않은 편"이라며 "때문에 국내 도입시 다른 해외시장에서의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있어 진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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