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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한진 초토화…경영권 승계도 '제동'

2대·3대 주주, 스튜어드십코드로 압박…비판여론에 지지 획득 어려워져

2018-04-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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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관세청이 조양호 한진 회장 일가의 명품 밀반입 의혹과 관련해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총수 일가 소환까지 검토에 들어가면서 한진은 그야말로 초토화된 분위기다. 조 회장이 뒤늦게 조현아·현민 자매의 사퇴를 결정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와 함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제동에 나설 경우 후계구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28.96%로, 이 가운데 조 회장의 지분율은 17.84%다. 조 회장과 달리 삼남매의 지분율 합은 6.95%에 불과하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2.34%, 조현아 전 칼호텔 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0%다. 장남인 조 사장이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그로의 경영권 승계가 유력하지만, 지분율은 미미해 가야 할 길이 멀다.
   
때문에 조 사장은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한진칼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부친인 조 회장의 지분을 전부 상속받더라도 절반 가까이를 상속세로 내고 나면 지분율은 1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 일가를 정조준한 관세 포탈 의혹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불투명성을 높인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5% 이상 주주명단을 보면 조 회장 다음으로 국민연금공단이 10.35%로 조 회자에 이은 2대주주여서 걱정도 커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6.13%를 보유해, 두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을 더하면 조 회장과의 격차는 상당히 좁혀진다.
 
 
그간 기관투자가들은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지 않아 '거수기' 비판을 받았으나 정권교체를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중장기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을 뜻하는 말로,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미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했고, 국민연금은 오는 7월 내 도입이 유력하다. 총수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한진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원할한 승계를 바라는 한진으로서는 기관투자자는 물론 일반주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쉽사리 지지를 보내겠느냐"며 "후계구도 전체가 뒤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파문이 진정되질 않자 두 딸의 경영권을 내려놓는 수습책을 내놨지만 이번 사태를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부회장으로 보임하겠다고 밝혔다. 석 부회장은 조 회장의 '오른팔'로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다가 파산 후 한진칼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문경영인의 한계를 들어 한진의 권위적 문화를 혁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을 내린다. 
 
한편 한진은 이날 출범하는 준법위원회 위원장에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촉했다. 조 회장이 전날 준법위원회를 구성, 내부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기로 발표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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