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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회장님 가족은 명품 밀반입…청소원은 버린 샘플 들여오다 '해고'

상주직원 전용통로에서 화장품 샘플 반입하다 적발…"현대판 장발장"

2018-04-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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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대한항공 기내를 청소하는 노동자가 일등석 승객이 버린 고가 화장품 샘플을 상주직원 통로로 들고 나오다 해고됐다. 관세법 143조와 157조를 위반, 기내 면세물품(화장품 샘플)을 반입했다는 이유였다. 대한항공의 모그룹인 한진 조양호 회장 일가는 해당 통로를 통해 해외의 고가 명품 등을 밀반입한 의혹을 받고 있어 대조적이다. 
 
대한항공 협력사 청소원이 반입한 화장품, 그는 이 사건으로 해고됐다. 사진/뉴스토마토
 
22일 <뉴스토마토>는 대한항공 협력업체 이케이맨파워의 50대 후반의 청소노동자가 미국 고가 화장품 '다비(DAVI)' 샘플을 기내에서 가지고 나온 이유로 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샘플은 대한항공이 일등석과 이코노미석 승객에게 나눠줬다. 중고 장터 등에서 1만원에 거래된다. 청소노동자 장모씨는 지난 19일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케이맨파워는 "회사의 기강을 확고히 해 다른 직원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해고통보서를 통해 밝혔다. 해고 시행일은 다음달 19일이다. 회사는 이와 함께 "기내 서비스물품을 반출하는 행위 절대 엄금"이라며 "대한항공 및 세관이 감시하고 있으니 위반시 파면 조치할 방침"이라고 공고문을 통해 전 직원에게 알렸다.
 
장씨는 도착 항공기의 승객이 모두 내린 뒤 기내 청소를 맡았다. 승객이 남기고 간 쓰레기, 음식물 등을 깨끗하게 치우는 게 장씨의 업무다. 장씨는 지난달 일등석을 청소하다 쓰레기봉투에서 승객이 버린 화장품 샘플을 발견했다. 샘플 중에는 새 것도 있었고, 승객이 사용한 것도 있었다. 장씨는 같은 달 29일 샘플을 가지고 나갔다. 상주직원 전용통로의 보안검색 직원이 장씨의 소지품에서 샘플을 발견했다. 경고와 함께 자체 폐기토록 했다. 해당 통로는 한진 총수 일가의 명품 밀반입 통로로 의심되는 곳이다.
 
문제를 삼은 건 대한항공의 협력업체인 회사였다. 회사는 지난 13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장씨 해고를 결정했다. 승객이 버린 화장품 샘플을 주워 반입해 취업규칙과 관세법 143조(기내용품 하역)·157조(물품 반출)를 위반했다는 게 해고 사유다. 장씨는 "관세법을 위반했다고 해고를 당했다. 쓰레기통에서 주은 것인데"라며 "혼자 살고 있는데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동료인 기내 청소노동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기내 청소업무는 주로 고령의 여성이 담당한다. 임금이 낮아 청소노동자들은 승객이 남긴 기내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잦다. 장씨와 같이 일등석 화장품 샘플을 줍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한 기내 청소노동자는 "언론 보도를 보니 대한항공 회장 가족은 비행기로 명품을 실어 날랐다고 하는데, 청소노동자는 쓰레기를 가지고 나왔다고 해고됐다"고 말했다. 비정한 현실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을 떠올리게 한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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