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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불안한 환율주권)시장개입 내역 공개 돼도 "원화강세 압력은 제한적"

당국 "급격한 쏠림 대응기조 유지"… 전문가 "현재 가격에 개입내역 공개 이슈 반영"

2018-04-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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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시장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이뤄질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지만 자기실현적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재무부는 4월 환율보고서에서 작년 우리나라의 달러 순매수 개입 규모를 GDP의 0.6%에 해당하는 90억달러로 추정했다. 특히 2017년 11월과 올해 1월 원화강세 속도를 늦추기 위한 목적의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미 달러화 대비 원화는 12.8% 절상됐으며,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는 유로화(14.1%)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절상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작년 달러화 약세로 신흥국 통화가 미 달러화 대비 강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화의 경우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하락 속도가 주춤했다가, 이후 리스크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가파른 원화강세가 나타났고 급격한 쏠림에 대응하는 외환당국의 정책기조에 따라 시장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율 관련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가 원화약세를 유도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희박하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우리나라를 포함 무역비중이 높은 19개 신흥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산출하는 OITP(Other Important Trading Partners) 지수(1997년1월=100 기준)는 2012년 1월 127.5~129.7 수준에서 2017년 1월 162.2~163.3 수준까지 상승했다. 신흥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실질실효환율 추이를 보면 원화는 99.9에서 119.1로 상승했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기간 원화도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2012년 이후 500억달러 넘게 유지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에도 국제통화기금(IMF)는 우리나라의 경제여건,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비해 원화가 저평가 돼있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IMF의 환율평가모델이 경상수지 흑자에 가중치를 높게 부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돈이 해외투자 등으로 빠져나가며 생기는 자본수지 적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달러화 약세 흐름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이 겹치면서 1분기 평균 1060~1080원 사이에서의 움직임을 보였다. 연초 구미상공회의소가 지역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적정환율은 1132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103원이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은 이미 수출업체에 부담인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미국,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원·달러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힘이 약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환율은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에 대처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IMF와 수년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투명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면 대외신인도나 환율보고서 등에서 우리에 대한 평가가 높아질 것이다. 외환시장과 경제구조, 정책방향에 가장 맞는 합리적 방향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개하지 않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공개는 하되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현재 가격에 반영돼있다고 본다. 추가적인 원화강세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에 영향을 받으며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다만 "우리가 수출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부분은 있다. 과잉 반응하게 되면 시장 상황을 잘 모를 수 있는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심리 위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논의를 플라자 합의에 빗대는 것은 비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85년 G5(미국·프랑스·독일·일본·영국) 국가들은 달러화 약세 유도 등의 거시경제정책 공조에 합의했고, 이후 실제 달러매도 개입을 통한 환율 조정을 실시했다. 현재 논의되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와 인위적인 환율 조정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춘계 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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