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매도를 매도라 말 못 하는 애널리스트

2018-04-19 13:20

조회수 : 1,156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매도' 의견이 없다." 오랫동안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제기된 문제입니다. 수없이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증권사가 내놓은 투자의견 중 매도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매수 비중은 90%에 가깝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숫자가 2000개가 조금 안 되니 이 비율대로라면 증권사가 사라고 권하는 주식은 1800여개나 되고 팔라고 하는 주식은 20여개가 안된다는 말입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거의 모든 기업이 탄탄한 실적과 무한한 성장성을 갖췄기 때문이라면 이런 비율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주식을 들고만 있으면 시세차익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기업이 성장하면서 낸 이익을 나눠주는 배당금은 충분히 챙길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증시에 있는 기업 대부분이 투자가치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적자에 허덕이고 재무상태가 엉망인 그리고 경영진의 배임·횡령으로 몸살을 앓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최소한 20개 이상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 지표로 따져봤을 때 기업이 가진 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높아 가격 면에서 팔아야 할 주식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도를 외치지 않습니다. 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가치판단을 못 해서는 아닙니다. 증권사가 채권 발행 등의 업무로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 그 조직에 몸담은 애널리스트들도 영업 등을 고려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리포트를 냈을 때 쏟아지는 투자자들의 비난도 애널리스트가 매도란 말을 꺼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위험은 있지만 매도 리포트를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없다는 점도 애널리스트가 몸을 사리게 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신 간접적인 방식으로 매도 의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투자의견을 하향하거나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와 큰 차이가 없도록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 주가가 1만원인 주식의 목표주가를 1만3000원(상승 여력 30%)에서 1만1000원(상승 여력 10%)으로 낮추고 매수 의견을 중립으로 수정하는 식입니다. 때로는 목표가를 현재 주가(1만 원)보다 낮은 9000원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증권사의 투자의견은 크게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매수는 12개월(또는 6개월)간 주가가 10~15% 오를 것으로 예상할 때 매도는 그 반대의 경우 제시합니다. 중립은 주가가 10~15%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방식이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의견이 존중받는 분위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소한의 소신을 지키면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주려는 노력이란 점에는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보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