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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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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폐플라스틱 재앙, 바라만 볼 것인가

2018-04-17 06:00

조회수 : 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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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서 플라스틱만큼 획기적인 발명은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편리하고 간편하게 만들었다. 비닐 랩에서부터 플라스틱 컵, 포크, 수저, 접시, 의자, 책상 등. 그 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1950년부터 인간은 9억톤의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ences)’의 발표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인간이 만드는 세 번째 기자재로, 첫 번째 강철과 두 번째 시멘트의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의 이기 뒤에는 언제나 검은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플라스틱의 경우는 사용 후 쓰레기 처리가 큰 문제로, 가장 해로운 것은 수명 기간이 영구적이다.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2분의 1 이상이 포장지로 이용된다. 포장지를 뜯고 햄을 꺼낸 후 폐비닐은 곧 버려진다. 그리고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처리하기에는 여러 재질들이 복잡하게 들어있다. 플라스틱은 석유(1배럴당 65달러)의 부산물로 쓰레기 재처리 비용은 생산비용보다 더 든다.
 
이러한 쓰레기를 그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중국으로 수출했다. 그러나 최종 종착역인 중국이 얼마 전부터 수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중국은 대부분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장 문을 닫았다. 이 결정은 많은 나라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유럽연합(EU)은 그들이 수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85%를 중국으로 수출한다. 국제 재활용 사무소는 중국으로 보내는 하물 80%의 감소를 예상하고 있고 수출국들은 자국의 쓰레기 더미에 파묻힐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2030년까지 모두 재활용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연합 국가들의 쓰레기 재활용 비율은 31%에 지나지 않는다. 스위스,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이미 이 쓰레기를 잘 활용하여 재생하고 있다. 반면에 프랑스는 이런 나라와는 거리가 멀다.
 
플라스틱산업 유럽연맹인 플라스틱스유럽(PlasticsEurope)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프랑스는 재활용에 있어 EU 국가 중 불량학생이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는 폐플라스틱 99%를 재활용하는데 프랑스는 단지 65.7%에 그치고 있다. 더 나쁜 것은 프랑스는 이 쓰레기들 중 22% 밖에 재생하지 않고(유럽 평균은 31%), 폐기장에 계속해서 36%를 매장하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의 문제점은 수집하는 데부터 시작한다. 먼저 지방에서는 폐비닐 쓰레기의 60%를 수집하고 있지만 큰 도시에서는 1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장관은 현재 폐비닐 쓰레기의 재활용 플랜을 짜고, 플라스틱 수집 방법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의 일부 기업가들은 중국의 봉쇄를 재활용 플라스틱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 파프렉 그룹(Paprec Group)의 디렉터인 세바스티앙 페티귀넹(Sebastien Petithuguenin)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페티귀넹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뇌브-리르(Neuve-Lyre) 공장에서 매달 쓰레기 350톤을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쓰레기 전쟁이 우리와는 무관한가. 한국도 유럽의 국가들처럼 많은 쓰레기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의 봉쇄로 지난 4월 초 당장 수도권에서 ‘폐비닐 대란’이 일어났다. 재활용 수거·선별업체들이 플라스틱과 폐비닐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하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시작됐다. 
 
환경부는 재활용 업체하고만 협의해 쓰레기를 모두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한낱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는 지금 이대로의 리듬으로 쓰레기가 양산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재활용에 대한 플랜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국민에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폐비닐·폐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키고 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절제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언론을 통해 계몽해야 한다. 또한 민간차원에서 기업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떻게 혁신 산업으로 발전시킬지 관심을 가지고 궁리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엔 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사무총장 에릭 솔하임(Erik Solheim)은 만약 플라스틱이 현재의 리듬으로 계속 생산된다면 “지금부터 2050년 사이에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의 엘리자베드 여왕은 데이비드 아텐버러(David Attenborough)의 다큐멘터리 ‘푸른 행성(The Blue Planet)’을 보고 쇼크를 받아 그녀의 수준에서 개선책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궁중에서 더 이상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도 지구를 살리고 폐플라스틱 대란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실천이 우선돼야 한다.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서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국민들도 본받아 필시 플라스틱 사용을 절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더미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이러한 실천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2050년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은 끔찍한 장면을 상상해보라. 후손에게 이러한 대재앙을 건네주고 싶은가.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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