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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현장에서)산은에게 필요한 것은 '일이관지'

2018-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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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금융부 기자
농구 시합 중 시합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점수차가 한자리라면, 쫓아가는 입장의 감독들은 파울작전을 선수들에게 지시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파울 자체는 규칙을 어기는 것이지만, 파울을 통해 상대의 공격 시간을 단축하고, 팀의 공격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유투가 쥐어지는 팀파울 상태에서 만약 점수가 1점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몇초 남지 않는다면, 지고 있는 감독은 반드시 파울 작전을 지시할 것이다.
 
이처럼 파울 작전을 통해 게임을 뒤집는다면, 사람들은 그 감독에게 반칙을 통해 얻은 승리라며 손가락질을 할까.
 
최근 산은의 STX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과정은 또한 이와 비슷했다.

두 기업 모두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산은 등 채권단의 요구한 시간 내로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 등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산은은 비록 자신이 제시했던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두 기업에게 말미를 줬고 이를 통해 결국 해결책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은 주변으로부터 데드라인을 넘겼다며 ‘원칙’을 깼다는 비난을 받았다.
 
산은입장에서, '규칙을 어길수 없으니, 무조건 포기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산은은 정부은행으로서 자격조차 없다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구조조정은 과거의 그것들과 달랐다는 점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봐야 한다. 산은은 두 기업에 확실한 자구계획안과 그에 대한 동의를 요구했고 결론적으로 이를 모두 얻어냈다.
 
응급처리를 위한 투자를 결정했다면 똑같이 비난을 받더라도,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음 정부에 넘길 수 있었겠지만 STX노조의 말처럼 피를 말리는 과정을 거쳐 기업을 개선하기 위한 합의점에 도달했다.
 
지난 13일, 기자실을 찾은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구안 등 제출 시한을 늘려 욕을 먹었다며 이를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산은이 구한 것은 기업이 아니다. 향후 기업의 지속경영을 위한 해결책을 주문했고 이를 통해 직원들의 가정과 지역 경제를 지켜낸 것이다.
 
아직 산은에게는 한국GM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산은이 신경써야 할 것은 주변의 편협한 시선이 아니라, 최적의 구조조정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작전은 당연한 것이다. 
 
산은에게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 ‘일이관지(一以貫之)’를 기대해본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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