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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생산적 금융' 강조했지만…작년 은행 기업대출 비중 제자리

작년 기업대출 비중 46.7%로 전년과 동일 …담보대출 등 손쉬운 대출 확대 탓

2018-04-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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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며 기업 신용대출이나 일자리 창출을 늘리는 '생산적금융'을 강조했지만, 정작 은행들의 기업대출 비중은 제자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과도한 리스크 회피로 담보 대출 등 손쉬운 업무에만 치중한 탓으로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말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전년과 동일한 46.7%로 나타났다.
 
국내은행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 말 48.4%에서 2013년 49.5%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며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기업대출을 강조했음에도 반등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기업대출 가운데에서도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말 34.3%에서 2017년말 26.3%로 떨어지며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보증대출 포함) 비중은 2010년 말 48.3%에서 2017년말 65.2%로 16.9% 포인트 상승했는데, 금감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심화됨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담보대출 편중 현상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 부문으로도 확산됐는데, 대기업의 담보대출 비중은 2010년말 20.6%에서 지난해말 30.1%로 9.5%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또한 같은 기간동안 54.1%에서 71.2%로 17.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가운데 제조업의 비중이 하락한 반면 부동산 등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눈에 띄었다.
 
기업대출 중 제조업 비중은 2010년말 30.9%에서 2017년말 29.4%로 1.5%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비해 서비스업 비중은 2010년말(59.4%) 이후 5.4%포인트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부동산업 비중은 2010년말 17.0%에서 2017년말 25.1%로 8.1% 포인트 상승하며 두드러졌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의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현황을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생산유발, 일자리창출 등 질적인 측면까지 고려하기 위해 기업대출 잔액을 ▲생산유발 ▲일자리창출 ▲신용대출 등 3가지 측면에서 환산한 ‘생산적대출’도 함께 발표했다.
 
그 결과 은행의 총대출 잔액 중 생산적대출 비중은 2010년말 대비 6.9~9.0%포인트 하락하며, 기업대출 비중 하락폭(2.1%포인트)의 3.3~4.3배에 달하해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더욱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기업대출 기능 약화의 원인을 2014년 이후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가계대출 규제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등 안전자산 위주로 여신정책을 변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모든 은행들이 ‘주담대 확대, 비생산적 기업대출 확대, 신용대출 축소’ 등 유사한 여신정책·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 혁신성장 지원 등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부동산업 대출 등 비생산적 분야에 대한 과도한 자금공급을 억제하고, 생산 유발, 고용 창출효과가 큰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기술력 평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해 정밀한 신용리스크 분석을 통해 유망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말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46.7%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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