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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제는 부르지 못할 '보라매의 꿈'

2018-04-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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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공군 조종사 순직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억나는 뉴스가 있다. 지난 2007년 KF-16D 조종사였던 고 박인철 대위는 야간비행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박 대위의 아버지는 F-4E 조종사로 1984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 운명을 달리한 고 박명렬 소령이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읜 박 대위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수 끝에 공군사관학교(공사)에 진학, 조종사의 길을 걷다 사고를 당했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공사 또는 일반 대학 졸업 후 학생조종사로 초·중·고등비행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숱한 훈련생들이 탈락한다. 조종사가 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심지어 꿈에서까지 비행에 매여있을 정도로 긴장된 생활의 연속이다. 심할 때는 위 경우처럼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숙련된 조종사들의 유출문제가 매년 대두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6년 5월 사이 전역한 영관급(소령~대령) 조종사는 617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442명(71.6%)이 지원전역(정년전역·명예전역이 아닌 순수하게 자발적인 의지로 그만둔 경우)이었다. 안정된 생활과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민항사로 이직하는 조종사들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을 지키는 사람도 많다. 작가가 직접 공사 기숙사에 머물며 지켜본 생도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에어홀릭>(권현숙 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그들에게 비행은 일상이다. 비행에는 늘 사고의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그럼에도 비행할 때가 최고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가 조종사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며 생명을 담보로 일하지만, 일반인들은 모르는 무언가를 누리며 그들은 오늘도 살아간다. 공군 군가 ‘보라매의 꿈’ 가사 내용처럼 ‘오늘도 하늘에 살며, 내 집같은 하늘에 목숨을 걸며’ 조종사들은 생활한다.

지난 5일 발생한 F-15K 전투기 추락사고로 조종사 2명(고 최필영 소령·박기훈 대위) 모두 순직했다. 7일 대구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서 부대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에서 최 소령과 공사 동기인 김성석 동기회장은 “너의 몸을 던져 우리 조국과 하늘을 지켜줬으니 또 다른 동기인 너의 아내와 네 분신과 같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우리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두 조종사는 더 이상 보라매의 꿈을 부르지 못한다. 최 소령과 박 대위는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하늘과 가족의 곁을 떠났다. 이제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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