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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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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미세먼지 주범은 정부, 국회는 공범

2018-04-06 06:00

조회수 :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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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중 정치부장
2015년 72회에 불과했던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지난해 92회로 2년 새 20% 이상 늘었다. 인체 위해성이 높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먼지를 나타내는 PM10 연평균 농도는 2015년 28㎍/㎥에서 2017년30㎍/㎥로 증가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오픈마켓 ‘옥션’에서 판매된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는 각각 80%, 28%씩 늘었다고 한다. 마스크 판매량은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열배 이상 증가했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모든 업종이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4일 광화문으로 뛰어나와 시위에 나서는 등 나라 전체가 난리도 아니다. 요 며칠 비가 내리면서 미세먼지가 잠시 주춤했지만, 언제 다시 대란이 올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상저감조치 대상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여러 차례 시행 속에 효과가 없는 게 드러났다. 석탄발전소 5기의 봄철 가동을 중지하고 다량 배출 석탄발전소 감축운영을 한다는 것도 총량을 조절하기 전까진 미봉책이다. 실내 공기질 취약 우려지역 650개 초등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마스크 무상 보급을 확대키로 한 건 사후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도 없이 부처별, 지자체별 주먹구구식 대책만 쏟아내고 있으니, 미세먼지가 잡힐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인을 파악하고 꾸준히 대응책을 마련해왔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공약은 제대로 지켜졌을까.
 
문 대통령이 미세먼지 공약을 발표한 건 지난해 4월이다. 대통령 취임 후 5일이 지난 시점엔 초등학교를 찾아가 어린이들 앞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하늘이 흐리면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국민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합니다.”
“임기 내에 국내에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습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를 신설하겠습니다.”
“한중정상 주요 의제로 미세먼지를 다루겠습니다.”
“현재 장관급 수준에서 정상급 의제로 격상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특별기구는 기약도 없다. 한중 정상 주요 의제로 미세먼지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장관급으로밖에 대화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작년엔 사드 등 첨예한 사안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깊은 얘기를 할 수 없었고 올해 다시 얘기를 하겠다는 옹색한 해명만 하고 있다.
 
미세먼지 주범이 정부라면 국회 역시 적어도 공범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세먼지 관련 법안만 무려 50여건에 달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용어 정의에서부터 대기질 예보센터 운영, 미세먼지 관련 데이터시스템 구축 등 전방위적인 대응방안이 총망라돼있다. 미세먼지로 여론이 들끓자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뒤늦게 산적한 미세먼지 법안 심사에 나섰지만, 불발로 끝났다. 세세한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면서다. 이후에는 방송법과 개헌 문제로 여야가 다투면서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국민들은 한시가 급한데 국회는 정쟁이 우선이니 한심하다. 결국 지금의 미세먼지 대란은 외부요인이든 내부요인이든 정부의 무능과 국회의 정쟁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6월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각 정당은 선거준비에 올인 할 게 뻔하다. 4월 중 미세먼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빨라야 8월에나 다시 논의가 가능한 이유다.
 
미세먼지가 잦아지는 여름까지 참는 게 더 빠르겠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외면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의중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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