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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한국에서의 분리수거 책임은 언제까지 개개인이 져야 할까

2018-04-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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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몇 개월 산 적이 있었다. 집 앞의 쓰레기통은 3개 뿐이었다.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쓰레기가 생기면 3개 카테고리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만 알면 됐고 그 이상은 필요 없었다.


그 이후로 한국에서의 세세한 분리수거가 자연스럽게만은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들에게도 분리수거는 적응이 힘든 분야로 보인다. 의사소통보다 분리수거가 더 힘들었다는 중국인 유학생, 한국 거주 1년이 지나도록 분리수거가 너무 싫지만 벌금 때문에 한다는 브라질 출신 K리그 선수가 있고 지자체들은 거주 외국인들에게 분리수거 가르치는 게 일이다.


물론 한국의 재활용률이 세계 최상위권이라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책임이 유독 한국인 개개인에게 지워지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2015년 서울시가 '코 푼 휴지'를 분리수거함에 넣으라고 공고했을 때 반감이 든 게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분리수거가 철저하다는 한국인에게 비현실적인 재활용까지 시키려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서울시만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개인에게 분리수거 책임을 지우는 게 당연한 사회니, 그 책임을 조금 더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재활용 사태 이후 시민이 해야 할 일로 제시된 것 역시 더 세세해진 책임이다. 종량제에 버려야 할 비닐, 분리수거 비닐을 감별해야 하고 종량제에 버려야 할 스티로폼과 분리수거 스티로폼을 구분해야 한다.


앞으로도 얼마나 책임이 더 세세해질지 모르겠다. 그리고 시민에게 책임을 점점 더 전가하는 거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 앞으로도 정부나 지자체는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또다른 재활용 사태에 휘말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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