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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현장에서)개헌 골든타임 끝나가는데 집권여당 어디에?

2018-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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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정치부 기자
31년 만의 개헌정국에 제1당이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26일 4년 연임 대통령중심제를 담은 개헌안을 발의했고, 자유한국당은 2일 책임총리제(소위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키워드로 한 당 자체 개헌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막상 개헌논의를 이끌어갈 민주당 개헌안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며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 개헌을 줄기차게 이야기는 하는데 어떤 개헌을 하자는 건지 불분명하다. 두메산골 구멍가게 주인도 손님에게 물건을 팔 때는 어떤 물건인지 보여주고 판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 “민주당 당론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대통령의 개헌안이 민주당의 개헌안은 아니지 않나. 차라리 대통령의 개헌안을 당론으로 고스라니 수용하거나 수정해 야당과 협상을 한다면 모를까 그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개헌안과 한국당의 개헌안은 서로 양 극단에 서있다. 양자 모두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 헌법에서 탈피해야한다는 문제의식은 같지만 해결 방안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을 각각 줄이고 국민과 지방정부에게 대폭 이양해 균형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당은 행정부의 권한을 줄이고, 입법부의 권한을 늘려 균형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집권세력이면서 입법부의 일원인 민주당이 일종의 교차점으로 역할을 할 공간은 차고도 넘친다.
 
지난해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당정일체’를 통해 문재인정부가 아닌 민주당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임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현 한국당) 간 수직적 관계와 불통이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것을 반면교사 삼겠다는 의지였다.
 
그로부터 1년이 다된 지금은 어떠한가. 당은 오히려 더욱 수동적으로 변해 청와대 입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당으로 전락했다. 국정수행 지지율 70%대의 문 대통령의 뒤에 업혀 50%대 지지율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개헌은 결국 국회의 몫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훌륭한 개헌안을 발의해도 국회 본회의에서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면 국민투표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당청일체를 원한다면 ‘여소야대’라는 태생적 한계를 핑계삼지 말고 더 치열하게 개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입법사항인 개헌 드라이브마저 청와대에 맡기고 구경하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너무 비참하고 무책임하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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