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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트럼프, 철강 대신 자동차 압박?…FTA 재협상 변수

자동차분야 압박 강해질 전망, 철강업계는 한숨 돌려

2018-03-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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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신상윤 기자] 트럼프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일시적으로 제외한 결정이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 철강 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 자동차 분야에서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나, 자동차업계가 후폭풍을 걱정한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트럼프정부는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에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명령을 5월1일까지 잠정 유예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승인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철강 관세 유예를 협상카드로 삼아 자동차 분야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미국 정부는 예전부터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분야를 거론해왔다. 더욱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정부가 자동차 분야 협상에 공격적으로 나설 요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합하는 지역 중 애리조나, 네바다, 웨스트버지니아, 인디애나, 미주리 등 5개주는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많은 점이 트럼프의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재협상에서 원산지 기준 강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동차 부품의 무관세 수출을 위해서는 미국 내 조달 부품 비중을 현재 20~30% 수준에서 50%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늘리거나 미국에 공장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규모는 2015년 1748만대를 정점으로 작년 1728만대로 하락했으며, 올해는 1700만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의 수요부진에다 토요타 등 일본업체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고 재고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원산지 기준 강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한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유지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양국은 2019년부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낮춰 2022년부터 비관세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픽업트럭 수출량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이 방안은 실현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6년부터 국내산 자동차는 미국 수출 시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시장에서 국내차에 관세까지 부과된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살펴보면 벤츠와 BMW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미국산 자동차의 선호도는 비교적 낮은 상황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기보다 수입을 줄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관례를 깨는 행동을 한 적이 있어 관세부활 등의 시나리오도 제기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FTA 재협상에서 타깃은 자동차인 점은 분명하며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업계와는 달리 철강업계는 일단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면제된 건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에 힘쓸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의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유예기간 동안에도 한국이 완전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철강협회, 업계가 지속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미국이 관세 카드를 접고, 쿼터(수입할당제)를 꺼낼 가능성에 우려도 내비친다. 백악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유예 대상국들을 대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을 감시할 것이며, 미 무역대표부가 상무부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협의해 대통령에게 적절한 쿼터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는 미국과 개별 국가의 문제이지만, 쿼터는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 간의 경쟁”이라며 “미국이 쿼터를 도입할 경우 각 국가 또는 기업들이 더 많은 쿼터를 얻기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쿼터에 포함된 일정 수량을 제외한 나머지 수출량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이 FTA 재협상을 하는 가운데 미국은 철강보다는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받아내려는 의도를 보이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재홍·신상윤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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