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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영장심사'도 거부한 전직 대통령

"구인장 발부하면 변호인도 불출석"…영장판사 "서면심사로 결정"

2018-03-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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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110억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22일 예정된 기일에 따라 '서류심사'로 영장실질심사를 대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번째 전직 대통령이지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부한 첫 대통령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30일 오전 10시30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역대 최장 시간인 8시간 40분 동안 자신의 불구속 사유를 치열하게 주장했다.
 
심사를 맡은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피의자 본인의 심문 포기 의사가 분명한 이상 피의자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서류 심사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담당 판사에게 배당된 이후부터 계속하고 있었고 추가로 심문 절차를 진행할지 안 할지에 대한 결정이 남은 상황에서 심문을 열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서류심사로 대체된 것은 영장심사를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전략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전날 오후 늦게 피의자 심문을 취소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구인장이 발부된 이상 변호인단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해도 피의자 심문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은 반대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도 불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검찰과 법원에 보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이 서류심사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법원에 반환했다. 법원은 피의자 심문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인지, 구인영장을 다시 발부할 것인지 숙고하기 위해 22일 영장실질심사를 일단 취소했다.
 
이를 확인한 이 전 대통령 측은 법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구인영장이 다시 발부될 경우 피의자와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없고, 구인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기일 열릴 경우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있다"는 의견서를 접수한 것이다.
 
박 부장 판사는 이날 오전 “피의자 본인의 심문 포기 의사가 분명한 이상 심문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구인장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답이었다.
 
검찰은 서류심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혐의 입증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구속영장과 함께 제출한 자료만 무려 8만페이지가 넘는다. 권수로는 157권 분량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로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소명자료가 나오면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논현동 자택에 머물렀다. 이날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효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했다. 그러는 동안 자택 주변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계속했다.
 
 
지난 2013년 2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박근혜 당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량에 올라 떠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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