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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필름소재, 늑장 구조조정·무역장벽 철퇴 맞나

터기, 2월말 PET 세이프가드조사 시작…수출비중 1%서 작년 5% 올라

2018-03-2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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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터키가 지난 달 23일 한국산 필름용 페트(PET)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PET는 지난 2015년부터 고순도 테레프탈산(PTA)과 함께 설비 구조조정 1순위로 꼽혔던 석유화학 제품이다. 그간 석유화학업계의 호황과 주요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가 이번에 무역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터키는 지난달 23일 코오롱인더스트리와 KP켐텍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산 필름용 PET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 손해를 보고 있다는 현지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터키 정부가 나선 것이다.
 
PET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단섬유, 필름, 산업용 전선, 의료기기 부품 등에 두루 사용하는 석유화학제품 소재다. 크게 플라스틱 용기와 필름 용도로 구분한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베트남과 중국에 수출한다. 터키는 수출 비중이 매년 1%대를 유지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작았으나 지난해 처음 5%대로 올라섰다. 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로 수출한 PET는 금액 기준으로 3300만달러(약 350억원) 규모다.
 
PET는 업스트림(석유화학 기초제품 생산설비)에 비해 투자와 기술 등의 진입장벽이 낮아 오래전부터 국내외에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던 품목이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자체 소비가 가능한 설비만 자국에 남기고, 나머지는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국내에서도 PET 생산능력 축소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적이 있다. 허수영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은 지난 2015년 9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수출 부진업종 긴급 점검회의' 참석 직후 기자와 만나 "PTA와 PET 등 2개 품목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듬해 발표한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PTA만 사업재편 대상에 포함 시키고, 그마저도 업계 자율에 맡겨버렸다. PET는 주요 석유화학제품이 아닌 데다가 2015년부터 석유화학 시황이 살아나면서 차츰 잊혀졌다.
 
정부는 업계와 공조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터키와 양자 면담을 하거나 통상채널 실무진 협의가 있을 때마다 세이프가드 조사가 부당하다고 알릴 것"이라며 "무혐의 조치를 받거나 최저 수준의 추가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도록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제야 올 게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시장의 수요가 중국과 인도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PET 생산능력은 소비량을 훨씬 웃돌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PET 설비는 1995년부터 공급과잉이 이어져 지난해까지 전 세계 가동률이 60%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500만톤의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꼽힌다. IHS는 과잉설비가 PET산업에서 만성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올해 역시 PET 설비의 32%가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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